가루지기 <475>백설기같은 허벅지에 애간장
가루지기 <475>백설기같은 허벅지에 애간장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17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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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46>

주모가 혀를 끌끌찼다.

‘결국에는 과거도 못 보고 중간에 돌아왔구나. 흐기사 술 좋아허고 계집 좋아허는 그 잡놈이 과거를 본들 낙방이나 허고 말 위인이긴 허드만.’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놈이 분명한 강쇠 놈이 명색이 양반인 조선비를 묻자 주모가 이상했는지 물었다.

“헌디, 아자씨가 조선비럴 어찌 아신다요? 보아허니, 함께 놀 처지도 아닌 것 같은디.”

“그냥 쪼깨 아요.”

인월 주막에서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털어놓기도 멋적은 일이라서 대충 얼버무리고 주막을 나왔다.

“언제 한번 들리씨요. 내가 돈 안 받고 술도 주고 밥도 주리다.”

주모가 뒤에서 은근히 끌어당겼으나 강쇠 놈이 흘끔 돌아보고 한번 웃어주는 걸로 작별을 했다.

‘안 그래도 올 것이구만. 내가 본깨, 여그가 젤로 가차운 주막인디, 더구나 투전판꺼정 벌어진다는디, 참새가 방애간얼 그냥 지나가면 지나갔제, 내가 주막얼 마다헐라고, 더군다나 선소작료로 받은 엽전도 몇 푼 남았는디.’

강쇠 놈이 흥얼흥얼 흥타령을 흥얼거리며 정자로 돌아오자 옹녀 년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손짓을 했다.

“물이 겁나게 차겁소. 꽃이 진지가 언젠디, 뼛속꺼정 쏙쏙 애리는 것 같소.”

“그런가? 그러다가 동상 걸린디, 그만 올라오소.”

“이녁도 발 쫌 씻으씨요. 이녁의 발냄새가 뒷간 냄새는 저리가라고 헙디다.”

“서나서나 씻제. 시월이 좀 묵는 것도 아닌디.”

강쇠 놈이 정자 위로 올라 가 술병을 내려놓고 안주를 꺼내놓자 옹녀 년이 손바닥으로 다리의 물기를 닦으며 올라왔다 잔뜩 걷어올린 치마 밑으로 백설기같은 허벅지가 사내의 애간장을 녹이자고 덤볐다.

“안주꺼정 장만해 왔소이.”

“주모가 친절허등구만.”

“그래요? 설마 입맛 다시게 맹글아놓고 온 것언 아니제요?”

“먼 입맛?”

“잡년언 잡놈얼 알아본다고 안 했소? 주모치고 사내 안 좋아허는 년언 없응깨, 이녁얼 보고 침깨나 샘켰을 것이구만요. 안 봐도 훤허요.”

“임자가 귀신이네. 안 그래도 한번만 보듬아돌라고 찰떡겉이 붙드만.”

“안아주제 그랬소? 사내가 겁나게 고팠는개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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