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74>이리 퉁겁고 긴 것언 첨이요
가루지기 <474>이리 퉁겁고 긴 것언 첨이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17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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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45>

그 뿐만이 아니었다. 강쇠 놈을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한 눈에 쓱 훑어보는데, 아주 잠깐이었지만 주모의 눈이 사추리 사이에서 머물렀다.

강쇠 놈이 주머니에서 엽전 두푼을 더 꺼내어 주모의 손바닥 위에 놓아주며 말했다.

“두 푼언 그럭값허고, 보자기 값이요. 돌아가는 길에 돌려주어도 되제만, 사람일이란 것이 모른 것이 아니요.”

“고맙소. 한 눈에 본깨 아자씨도 계집깨나 밝히게 생겼소. 물건도 그만허면 쓸만헌 것 같고.”

“내 물건이 괜찮헌가 안 괜찮헌가 어뜨케 안다요? 바지 속에 꽁꽁 숨어있는디.”

실상은 아까부터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강쇠 놈이 짐짓 의뭉을 떨었다.

“나럴 버파로 아는갑소.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묵어봐야 안다요? 쨍그랑허면 실겅에서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제요. 아까부터 채올얼 치고 있는 것얼 다 보고 있었소.”

“그놈은 채올얼 칠 때나 안 칠 때나 똑같소. 늘 그모냥이요.”

강쇠 놈의 말에 주모가 참말이요? 하면서 얼굴도 안 붉히고 사내의 사추리 밑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화들짝 놀라 질겁을 하며 손을 뗐다.

“이것이 멋이다요? 내가 숱허게 많은 사내럴 만냈소만, 이리 퉁겁고 긴 것언 또 첨이요.”

“쓸만허요?”

“쓸만허요. 그 놈으로 몇 번만 얻어맞으면 그냥 극락얼 가겄소. 으떠시오? 밥 한 상 잘 차려내놀텐깨, 나 한번만 안아주씨요.”

주모가 금방이라도 강쇠 놈의 바지를 벗길듯이 덤볐다.

“시암서 숭늉찾기제, 아짐씨가 껍질도 안 벗기고 통채로 묵을라고 허시네. 요놈언 임자가 따로 있소. 침 흘리지 마씨요.”

강쇠 놈이 슬며시 딴 마음이 생겼으나, 제 놈을 기다리고 있을 옹녀년을 생각하고 두어 걸음 물러났다.

주모가 입맛을 쩝 다시면서 말했다.

"내가 앞뒤 분간얼 못했는갑소. 언제 마누래 몰래 한 번 오씨요. 맛 있는 새꺼리럴 믹여주리다.“

“고마운 말씸이요. 내가 오면 내쫓지나 마씨요.”

그런 말을 남기고 돌아서려던 강쇠 놈이 여기가 마천이면 혹시 주모가 조선비를 알고 있겠구나, 싶어 물었다.

“아짐씨, 혹시 조선비라고 모르시요? 얼매 전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간다고 갔었는디.”

“왜 모르겄소? 그 한량이 과거보러 간다고 가더니만, 중간에 먼 일이 있었는가 열흘도 못 되어 돌아옵디다. 자기 말로는 배탈이 나서 그랬다고 헙디다만, 천하의 잡놈인디 그 곡절얼 어찌 알겄소. 가다가 주막집 계집헌테 노자럴 다 털렸는가. 어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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