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짐씨가 농사럴 지어라우? 농사란 것이 아무나 질 수 있는 것이간디요? 자칫 잘못허면 실농허기 딱 알맞소. 그러시지 말고 나헌테 ?기씨요.”
“설령 내가 농사럴 안 짓드래도 아자씨헌테넌 안 ?길라만요. 아까막시도 웃말 박센이라는 양반이 댕겨갔소. 작년꺼정 소작짓던 사람이 말이요. 소작얼 줄라먼 그 사람헌테 줘야제요.”
“그러지 말고 나헌테 주씨요. 소작료는 섭섭치 않게 바치리다. 웃말 박가보담언 쌀 한가마넌 더 바치리다.”
“말이사 고맙소만, 문딩이 코구멍에서 마널 쪼가리럴 빼묵제, 소작료 더 받아서 묵고 살 욕심언 없소. 우리가 안 지면 전에 짓던 웃말 박센헌테 줄랑깨, 그리 알고 그만 가보씨요.”
옹녀가 할 말은 다 끝났다는 듯이 밥상을 들고 부억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랫말 이가가 멍하니 옹녀 년의 엉덩짝을 바라보다가 사립을 나갔다.
“서방님, 어찌허면 좋겄소? 농사럴 지끄라우? 마끄라우?”
설거지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 온 옹녀 년이 퍼질러 앉으며 물었다.
“임자 논인깨, 임자가 알아서 결정허소. 임자가 짓자면 질 것이고, 짓지 말자면 안 질 것인깨. 나야 머심살이도 해봤응깨, 뫼푀기 정도는 꼽을 줄 아네만, 자네가 짐얼 맬 수 있겄능가?”
“솔직히 이년언 손에 흙 한번 안 묻히고 살았소. 뙤약볕 아래서 땀 찔찔 흘림서 논매고 밭매는 일언 못 헐 것 같소.”
“허면 소작얼 주세.”
“그러끄라우? 논일랑언 소작얼 줘뿔고, 우리넌 떡방애나 실컷 찜서 사끄라우?”
“사람이 어찌 떡방애만 찜서 살겄능가? 입 벌이야 소작료받은 걸로 헌다고 치드래도 겅개랑언 우리가 벌어서 써야 안허겄능가?”
“품이라도 팔면 가용이야 못 벌겄소.”
“흐기사, 내가 투전판을 지웃거려도 자네 저고리 값은 벌 것이구만.”
“나넌 들병이 장시라도 헐라요.”
“들병이 장시?”
강쇠 놈이 뒤로 벌렁 누우며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묵고 살자면 못 헐 일이 멋이겄소? 우리가 체면 따지는 양반님네도 아니고.”
“임자 말이 옳구만. 헌디, 이렇게 허면 어쩌겄능가?”
눈알을 굴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던 강쇠 놈이 옹녀 년을 돌아보았다.
“멀 어뜨케라우?”
“선소작료를 받자는 말일쎄.”
“그것이 멋인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