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62> 그 놈도 내 살덩일쎄
가루지기 <462> 그 놈도 내 살덩일쎄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09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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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33>

거시기 놈이 주인이야 잠이 들었건 말건 제 놈도 기다렸다는 듯이 우쭐우쭐 고개를 끄덕거렸다. 옹녀 년이 입술을 악물고 두 팔로 방바닥을 짚은 채 방아깨비 방아를 찧었다.

제 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구차한 살방아였지만, 아랫녁의 불씨를 그대로 두고는 잠이 들지 못할 자신을 잘 알고 있는지라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했다.

옹녀 년이 반 식경 남짓 방아를 찧다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구름자락을 붙잡고 발버둥을 치다가 깝북 정신을 잃고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제서야 아랫녁의 불이 꺼지면서 온 몸이 녹작지근해졌다.

“임자도 참, 어지간허구만.”

강쇠 놈이 한 마지 던지고는 옆으로 몸을 돌렸다.

“깨있었소?”

“거시기 놈이 비록 주인의 뜻을 무시허고 제 멋대로제만, 그 놈도 내 살덩일쎄.”

“금서도 가만 있었소? 몇 번 깝죽거려주제. 허면 훨씬 좋았을 판인디.”

“멋이 그리 급헌가? 자네 허는 행실얼 본깨, 오널 살다 내일 죽을 사람같구만.”

“뒷간에 갔다가 밑 안 딱은 것 맨키라서.”

“잘 했네. 어채피 임자껏인디, 구어 묵건 쌀마 묵건 누가 머라겄는가? 잠이나 한숨 자제. 펄쌔 날이 새는구만.”

“그럽시다. 잘 주무시고, 꼭 일어나야쓰요이. 눈얼 안 뜨면 안 되요이.”

“씨잘데기 없는 걱정언.”

강쇠 놈이 입이 찢어져라 하픔을 했다. 옹녀 년도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눈물 한방울이 흘러내렸다.

“보듬고 잡시다.”

옹녀 년이 강쇠 놈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세, 그러세, 하고 중얼거리며 강쇠 놈이 옹녀를 시늉으로 안아주었다.이내 계집이 코를 골았다. 감창소리만큼이나 요란스레 코를 골아댔다. 암컷 수컷이 함께 골아대는 코고는 소리에 문풍지가 파르르 파르르 떨렸다.

두 연 놈이 얼굴을 맞대고 한숨 잘 자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래도 계집의 잠귀가 밝아 옹녀 년이 먼저 눈을 떴다.

“서방님, 누가 찾아왔는갑소.”

옹녀 년이 어깨를 가만가만 흔들다가 그래도 코만 드륵드륵 골아대자 얌전히 잠들어있는 강쇠 놈의 거시기 놈을 꽉 움켜쥐고 제법 힘을 주어 잡아 당겼다.

“왜 그려? 안직도 부족헌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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