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61> 참으로 징헌 놈일쎄
가루지기 <461> 참으로 징헌 놈일쎄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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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32>

이부자 집에 씨받이로 들어가서 얼매간 살다본깨, 그런 생각이 듭디다. 나도 자석얼 나서 늘그막에 느리럴 보고 살고 싶습디다. 이녁 몸 건강허겄다, 자석얼 못 가질 것이 없제요. 부지런히 씨럴 뿌려 보십시다.”

옹녀 년이 중언부언 지껄이고 있는데, 느닷없이 크륵크륵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강쇠 놈이 ,그 사이에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흐기사 피곤허기도 허겄제. 헌디, 이 양반이 아침에 눈얼 뜰 수 있을랑가? 쌍코피럴 쏟음서 고태골로 가는 것언 아닐랑가? 이 양반보다 훨씬 수월허게 일을 치룬 작자덜도 하나같이 고태골로 갔는디, 오직 요란허게 살방애럴 찧었는가? 어찌헐꼬, 어찌헐꼬, 이 노릇얼 어찌헐꼬.’

옹녀 년이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는데, 어느사이 살아 난 강쇠 놈의 거시기 놈이 걱정마소, 걱정마소,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징헌 놈일쎄. 참으로 징헌 놈일쎄. 그리 살방애럴 쪘는디도 또 찧고 싶다고 껄떡대네.’

옹녀 년이 한숨을 푹 내쉬다보니까, 타다 남은 불씨 하나가 아랫녁에서 꼼지락거렸다.

‘징헌 것언 요놈이 아니라, 나구만이. 어찌헐꼬? 한번 더허자고 허면 천하의 색녀라고 이 양반이 도망얼 가뿔란지도 모른는디.

“혹시나 강쇠 놈이 잠을 깨어 못 이긴 체 안아줄까 싶어 옹녀 년이 잔뜩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그짓을 몇 번 되풀이해도 주인은 코를 골고, 거시기 놈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작은 불씨로 시작된 아랫녁의 불길이 저 혼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다른 사내들은 한번 살풀이가 끝나면 여간해서는 다시 살아나지 않아 지레 포기를 했지만, 한 나절하고도 하룻밤을 떡을 치고도 떡메를 세우고 덤비는 강쇠 놈의 거시기 앞에서는 옹녀도 슬며시 다른 욕심이 생겼다. 강쇠 놈의 거시기 놈이 언제까지 당당할까, 그것이 궁금해진 것이었다.

“자요? 잠들어 뿌렀소?”

옹녀 년이 거시기 놈을 붙잡고 흔들며 물었다. 그러나 강쇠 놈은 음냐음냐 몇 번 입만 다셨을 뿐, 잠이 깨지 않았다.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사람인갑만이.’

옹녀 년이 중얼거리다가 몸을 일으켜 강쇠 놈의 아랫녁을 타고 걸터 앉았다. 엉덩이를 사내의 얼굴 쪽으로 향하게 걸터앉자 거시기 놈이 기다렸다는 듯이 제 집을 향해 쑥 들어갔다.

입에서 흑하는 신음이 ?아져 나왔으나, 자칫 사내가 잠이라도 깨면 천하의 잡년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도망을 칠까 싶어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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