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60> “애썼다, 이놈아”
가루지기 <460> “애썼다, 이놈아”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08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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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31>

강쇠 놈이 잔뜩 힘을 주고 있던 뒷구멍을 풀고 힘껏 오무렸던 발가락을 풀고는 방아깨비 방아를 찧어댔다.

계집의 입에서 나 죽소, 나 죽소, 하는 비명이 터져나오는 어느 순간이었다. 게집이 두 다리를 쭉 뻗고 온 몸을 푸들푸들 떠는가 싶더니, 천길 벼랑으로 떨어지듯 폭삭 갈아앉아 버렸다. 그 순간 거시기 놈이 게거품을 풀었다.

“애썼다, 이놈아.”

방아고를 확에서 빼어 손으로 두어 번 쓰다듬어 주며 강쇠 놈이 중얼거렸으나, 계집은 극락에 갔다가 아직 안 돌아왔는지, 아니면 극락에 간 김에 잠이 들어버렸는지 꼼짝을 안 했다.

너무 조용하자 강쇠 놈은 더럭 겁이 났다. 사내와 계집이 흘레를 하다가 사내는 더러 복상사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계집이 숨줄을 놓았다는 소리는 못 들어보았지만, 워낙 요란스런 살풀이 끝이었다.

제 입으로야 수 많은 사내를 잡아먹었다고 큰 소리쳤으나, 한 나절하고도 하룻밤을 살방아를 찧었으니, 계집이라고 고태골로 가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임자, 괜찮헌겨?”

강쇠 놈이 옹녀 년의 젖통을 잡고 조심스레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계집이 아,하고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움찔했다.

“살아있었구만.”

강쇠 놈의 말에 옹녀 년이 사내 쪽으로 돌아누우며 손으로 연장을 더듬었다. 놈은 제 할일을 다 끝냈다는 듯이 조용히 잠이 들어있었다.

“내가 죽은 줄 알았소?”

“잠든 줄 알았구만.”

“죽지도 안 했고, 잠도 안 들었소. 애썼소.”

“임자가 애썼제, 나야 헌 일이 있는가? 그놈 그만 건들소.

또 홰럴 내면 달래기가 힘들구만.”

“설마 또 홰럴 내겄소. 참 신통헌 놈이요. 이놈얼 내가 부처님 뫼시듯이 뫼시고 살라요.”

“그러소. 그 놈이 자네럴 부처님처럼 뫼실 것이구만. 헌디, 논이 몇 마지기라고 했든가?”

“열 마지기요. 산내골짝에서는 젤로 존 놈이요. 물 걱정도 없고.”

“상답이구만. 우리 둘이 농사럴 지면 두 입 거천언 허겄구만.”

“두 입 거천만해서 쓰겄소. 낭중에는 세 입 거천, 네 입 거천얼 해야지요.“

“자석 욕심도 있는가? 자네.”

“왜요? 더런 밭이라서 자석도 안 생길 것같소? 운봉 주막의 주모 말이 여자가 달거리만 꼬박꼬박 잘 허면 자석얼 날 수 있다고 그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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