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 고건
  • 승인 2013.01.0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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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IT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택에 이제 IT 장비는 무척 값이 싸졌고, 크기는 작아졌으며, 반면에 성능은 눈부시게 높아졌다. 그 결과 IT는 이제 모든 기기 속으로, 모든 분야 속으로, 그리고 사회의 모든 인프라 속으로 깊이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소프트웨어나 컨텐트에 대한 비전이 없이는 어떤 분야도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 한 예로 자동차, 전화기, 텔레비전 등 산업을 보자. 이들은 과거에는 모두 제조업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이제는 BMW가 자동차 개발에 쏟는 금액의 90%가 (기계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IT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이다. 최첨단 전투기도 개발비의 절반 이상이 소프트웨어 개발비라고 한다. 전화기나 텔레비전도 제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젠 아무도 없다. 스마트 TV나 스마트폰은 그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와 컨텐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이젠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세계는 바야흐로 지식기반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지식기반사회란 "지식"이 중심요소가 되어 가는 사회를 의미한다. 드러커(P. F. Drucker)는 「Post Capitalist Society」에서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식은 과거의 중요한 생산요소들이던 노동. 자본. 토지 등 못지 않은 중요한 자원이며 Knowledge Worker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므로 지식기반사회란 (사회의 부를 창출하고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지식을 만들어내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컨텐트 같은 지적활동의 중요성은 자동차, 전화기뿐 아니라 이미 전방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 우리사회는 지식기반사회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준비가 잘 되가고 있는가? 답은 절망적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미국 대학에서는 입학식 오리엔테이션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 받으면 정학, 그러한 내용을 불법유통시키면 퇴학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사회는 타인의 지적재산을 불법 도용하는 행위를 매우 엄정히 다루고 있다. 타인의 논문을 베낀다든지, 타인의 말을 마치 자신이 생각해낸 것처럼 출처를 밝히지 않고 도용한다든지, 타인의 음악을 불법적으로 복제하고 유통시킨다든지,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사하든지 하면 가차없이 실형선고를 받는다. 바로 이러한 지적재산보호 정책 때문에 미국은 소프트웨어, 영화, 음반, 저술, 연구 같은 지식산업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 국민들만 유독 영화, 음악, 소프트웨어에 소질이 있고 연구개발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적활동하는 사람의 권익을 보장해주는 사회 제도와 문화가 선진적인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르네상스 이후 유럽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과 같은 개인의 공적을 공정하게 인정해주는 “Individualism 문화”가 태동되면서 사회 전체가 발달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전 중세 암흑기에는 아무리 건축물이 유명하여도 그것을 만드는데 기여한 개인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제 21세기는 영어문화권이 세계 발달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은 16세기까지는 가장 낙후된 나라의 하나였다. 그러던 영국이 1623년에 특허제도를 도입하였다. 세계최초로 성문법 특허제도가 생기면서 영국에서는 개인의 권익이 철저히 보장되기 시작한다. 그러자 유럽대륙의 기술자들이 대거 영국으로 몰려들었고 이 때문에 영국은 산업혁명에서 가장 앞서는 나라가 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속담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지식기반사회에는 역행하는 말이다. 스탠포드대학 서점에 가보면 교수들의 한학기 강의노트도 지적재산으로 보호받고 있어 수만원을 지불해야 서점에서 강의노트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강의노트는 고사하고) 그 교수의 교과서조차 버젓이 불법복사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하고자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손해이요 사회 전체에 손해이다.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 음반, 영화의 불법복제 천국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나 컨텐트 회사는 철저히 망했다. 소프트웨어에서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안철수연구소뿐이다. 안철수연구소는 바로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 소프트웨어 회사라면 “빌 게이트나 오라클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어도 망했을 것”이라는 농담도 나올 정도로 한국 소프트웨어 사업환경은 열악하다. 우리나라 지식기반 사업 여건은 방글라데시나 베트남보다도 열악하다는 사실이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공인된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뿐이 아니다. 지식기반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 유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한국이다. 회사나 연구소에서 아무리 좋은 연구개발을 했어도 그것이 개인에 대한 공적이나 물질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Intel 박물관에 가보라. 386, 486을 개발할 때마다 거기에 기여한 과학기술자 수십명의 이름과 사진이 명예의 전당에 걸려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과학가술자의 사진을 바라보면서 과학도의 미래를 꿈꾼다. 우리나라 수출의 90% 이상이 공산품 연구개발 덕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동차, 가전, 반도체 등에 기여한 과학기술자들의 이름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 그대신 회사 owner의 이름만 알려져 있다. 이는 마치 숭례문 건축가의 이름은 (파리의 에펠탑의 설계자처럼) 알려져 있지 않고 숭례문 현판 글씨 쓴 사람 이름만 알려져 있는 점과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적활동 여건이 이처럼 척박하다보니 컴퓨터 분야는 이제 학생들 발길이 끊긴지 오래이다. 과거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던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는 이제 중위권 여자대학의 커트라인보다도 더 떨어진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마찬가지로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전체가 신입생 미달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이 지적활동과 창작에 관련된 직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고단한 삶을 보면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우리나라 자동차, 전화기, TV 등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제품들의 국제경쟁력이 있는 것은 그나마 과거 박정희 대통령의 이공계 중시정책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이 분야에 몰렸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그 사회의 마지막 경쟁력은 그 사회의 도덕성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사회가 그 구성원들의 우수한 공적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타인의 지적재산을 도둑질해대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는 (특히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결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도덕성 회복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바로 우리 세대의 도덕적 불감증이 차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고건 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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