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58> 비명소리가 울렸다
가루지기 <458> 비명소리가 울렸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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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29>

아으아으아으하는 비명 소리가 문풍지를 파르르 울렸다.

그 소리는 산이 산을 울리고 골이 골을 울려 아으아으아으아으 메아리가 되어 사람사는 동네를 한바탕 휘저어 댔다.

“저것이 시방 먼 소리다요?”

“천둥이 쳤는가?”

“호랭이 울음겉기도 허고.”

“아직 산신님이 울 때넌 아닌디.”

“꼭 그짓허다가 계집이 극락에 가느라 내는 소리겉기도 허요예.”

“설마, 그럴라고. 지리산 산내골에 산다는 잡년이 심심해서 혼자 내지르는 소릴란지도 모르제.”

계집과 사내가 그렇게 도란 거리고 있을 때에 옹녀 년과 변강쇠 놈은 해가 진지가 언제인데, 끈적끈적한 갱엿을 온 몸에 발랐는지, 한 번 붙은 두 연놈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직도 멀었소?”

몇 번이나 극락을 다녀왔던 옹녀 년이 이러다가 하루도 못 살고 서방님을 고태골로 보내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요놈이 안직도 멀었다고 안 허능가?”

강쇠 놈이 살몽둥이를 몇 번 움죽거렸다.

“오늘사 이년이 임자를 만낸 것 같소.”

“나도 그렁구만. 임자허고 나허고는 궁합 한번 기가 맥히게 잘 맞는구먼. 진작에 임자럴 만냈으면 내가 이 년도 넘정 저 년도 넘정 잡놈소리 안들었을텐디. 인자사 만낸 것이 한이구만,한이여.”

“이 년 말이 그 말이요. 첨부터 이녁얼 만냈으면 숱허게 많은 사내덜얼 고태골로 안 보내도 되었을텐디요. 헌디, 서방님, 아까부터 어이서 먼 소리가 들리는디, 서방님 귀에는 안 둘리요?”

“먼 소리가 들린다고 그려? 내 귀에는 임자의 감창소리백이 안 들렸구만.”

“그것이 아니라요. 어이서 자꼬만 꼬르륵 꼬르륵 물흐르는 소리가 들이요예.”

“꼬르륵 소리? 그것이 배고프다는 소린디. 임자, 배고픈가?”

강쇠 놈이 아닌게 아니라 제 놈의 배도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어 꼬르륵 꼴꼴꼴 물 흐르는 소리를 낸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

“우리 집으로 가서 밥이나 해 묵고 새로 헙시다.”

“그러세나. 방애럴 멀라고 찧는가? 다 묵고 살자고 찧는 것이 아니든가? 강쇠 놈이 연장을 연장통에서 빼내고 바지를 걸치려는데, 옹녀 년이 한 손으로 연장을 꽉 움켜쥐고 앞장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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