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56> 실실 웃으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가루지기 <456> 실실 웃으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0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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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27>

“당 찬 놈이요. 대명천지 벌건 대낮인디도 낯도 안 개리고 뻔뻔시럽소. 요놈얼 내 옥방에 가둘라요. 가돠놓고 잘근잘근 해가지도록 가꼬놀라요. 살려돌라고 애원애원헐 때꺼정 꽉 물고 안 놔줄라요. 확은 이미 열려있으니, 방아고 길이나 재어봅시다.”

옹녀 년이 사내의 목을 안고 뒤로 슬며시 쓰러지자 거시기 놈이 기왕에 열린 대문 안으로 망설임도 없이 쑥 들어갔다.

“흐따, 오감진 것.”

옹녀 년이 미친년처럼 실실 웃으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계집의 몸놀림에 제 아랫녁을 맡겨놓고 강쇠 놈이 몇 번 거시기 놈만 움쭐거렸다.

“좋소. 좋소. 이녁이 이골이 난 잡놈인 것은 틀림없는 갑소. 방애도 안 찧는디, 찐 것보담 더 좋소.”

“그런가? 그 놈이 그런 놈이구만. 주인언 가만히 있는디, 저 혼자 좋아서 펄떡펄떡 뒤는 놈이랑깨. 헌디, 임자 물건 한번 기가 맥히구만. 아까 본깨 이빨도 없든디, 꼭 있는 것 맨키로 잘근잘근 깨무는구만. 마르지 않은 시암이라서 미꾸라지라도 사는가 꾸물꾸물 깔짝이는 것이 저녁 국거리 걱정언 안 해도 되겄네.”

“이년언 잘 모르겄는디, 사내들이 그럽디다. 이년의 거시기 속에 거머리가 산다고라. 그것도 한 두마리가 아니라 수십 수백 마리가 산다고라. 어떤 사내넌 문전에 들자마자 거품 내물고 죽기도 허요. 이녁언 대단허요. 안직도 안 죽고 빳빳이 살아있는 것얼 본깨요.”

“허허, 그런가? 허면 시방부텀 내가 방애럴 제대로 한번 찧어볼라네.”

“누가 말린답니까?”

천하의 잡놈 잡년이 입방아만 찧다가 마음 먹고 살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쿵더쿵 쿵더쿵, 살방아를 찧기 시작했다. 워낙 살방아찧기에 이골이 난 강쇠 놈이었다. 단단한 방아고를 이리 휘두르고 저리 휘두르면서 방아확의 여기저기를 쿡쿡 찌르다가, 밖으로 튀어나온 낟알을 쓸어담듯이 조곤조곤 조곤거리다가, 깊이 찧다가 얕게 찧다가, 이 쪽 저 쪽으로 돌리다가 쿵 내려 찧다가, 방아고를 뽑아올릴 때는 천천히 뽑고, 그러다가 낟알이 깨질세라 천천히 방아고를 내렸다가 뽑을 때는 또 빠르고 높게 뽑아 올리는데, 처음에는 대낮이라 체면을 차리느라 그랬는지 입술을 악물고 눈만 부릎뜨고 있던 계집이 두 눈을 질끈 감고 아으아으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산 속의 짐승들이 부시시 잠을 깨고, 하늘을 날던 소리개란 놈이 천둥벼락이라도 치는 줄 알고 서둘러 나무숲 사이로 몸을 숨겼다. 잡놈 잡년의 대낮 흘레에 산이 숨을 죽이다가 두 연놈이 하도 재미있게 흘레를 하자 나중에는 산도 더운김을 훅훅 내뿜으면서 이봉우리와 저 골이 만나 흘레라도 하는듯이 골짝물을 우루콸콸 쏟아내고 있었는데, 산짐승 들짐승이라고 연놈이 내뿜는 음탕한 기운을 모를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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