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나은 자식
부모보다 나은 자식
  • 김영호
  • 승인 2013.01.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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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젊은이들 참 멋있다. 얼굴만 예쁘고 잘생긴 게 아니라 키도 크고 몸매도 균형 잡혀 길에 지나다니는 아무나 데려다 연예인을 시켜도 될 만큼 미남, 미녀들로 넘쳐난다. 거기에 패션과 화장 등 치장은 개성이 넘치고 표정까지도 밝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런 면에서 항상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취업이 어렵고 먹고 살기가 팍팍해 젊은이들이 힘들어한다는 걱정도 많지만 적어도 외적으로 비추어지는 그들의 모습만으로는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 멋지고 밝고 당당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날 캠퍼스에서 학생과 부모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 세대간의 외모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부모들에 비하면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큰 아들, 딸과 정답게 팔짱을 끼고 행복해 하는 학부형들에게 ‘어쩜 이렇게 잘 생긴(예쁜) 아들(딸)을 두었느냐’고 인사라도 건네면 금방 입이 함박 만하게 벌어져 환히 웃는데, 사실 이 말의 속뜻에는 부모보다 자식이 훨씬 잘 낫다는 표현이 담겨져 있는 것인데도 기뻐하는 관계는 아마 부모 자식 관계 외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자식은 부모보다 잘나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별난 우리나라의 교육열도 따지고 보면 자기보다는 자식들이 낫기를, 더 낫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소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60년대 그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 부모들은 굶어가면서라도 소 팔고 논 팔아 자식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교육을 시키려고 했던 그 희생과 열정이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세대 역시 에듀푸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빚을 내서라도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퍼붓다시피 하고 기러기 가족이 되는 외로움까지도 기꺼이 감내하는 것도 그들의 부모 세대가 자신들에게 기대했던 것과 똑같은 마음, 나보다는 자식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 가족 단위에서의 이러한 기대들이 하나 둘씩 합해지면 국가 단위의 성취가 되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이 곧 발전이다. 한류 열풍이나 올림픽 5위, 김연아나 손연재 그리고 박태환 같은 젊은이들이 이루어낸 성취야말로 부모보다 자식이 낫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와 소망이 실현된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만약 이들이 한국사람 또는 동양인이라는 한계에 머물렀다면 이러한 성취는 이루지 못했을텐데, 즉 부모 세대에서는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장벽을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보다는 자식이 낫기를 바라는 부모 세대의 바람과 부모 세대의 한계를 넘어 서고자 하는 자식 세대의 열정이 합해져야만 세대가 어우러지고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지는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모보다 나은 사람이 되겠다, 적어도 부모보다는 내가 더 잘 돼야지 라는 생각은 표현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적 효 관습에 비추어 불효, 속된 말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으나, 부모 세대의 성취를 하한선으로 설정하여 이를 넘어서려고 모두가 노력한다면 그것이 곧 국가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는 잘 알다시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그 당선의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박정희의 후광이다. 박 당선인이 임기를 마치는 2018년은 정부 수립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70년 헌정사에서 1/3이 넘는 기간인 23년을 박씨 부녀가 통치하는 기록을 낳게 된다. 박 당선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그녀의 오늘이 있게 한 빛인 동시에 넘어서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은 박정희 시대의 빛을 재현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들 못지않게 그 시절의 그늘과 고통을 기억하는 사람들 또한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각하’라는 별칭으로 상징되는 아버지 박 대통령의 권위적 통치와 독재라는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하에 묻혀있는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해, 한 가족 단위로 보면 부모보다 나은 자식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선거 기간 내내 그녀의 발목을 잡았던 독재자의 딸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아버지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까지도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가 당선 후 첫 일정으로 아버지 묘소를 찾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아버지를 넘어 서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면 지하의 아버지는 괘씸해했을까,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새 해가 되다보니 마음이 푸근해지고 희망적으로 변하는지 젊은이들의 잘 생기고 환한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고, 선거 과정에서 비록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박 당선인이 아버지보다 나은 자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년 덕담을 해본다.

<김 영 호 (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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