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미래 박경상
KCC의 미래 박경상
  • /노컷뉴스
  • 승인 2013.01.03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김효범을 영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김효범은 슛을 던질 줄 아는 선수다. 허재 감독은 "만들어진 슛을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슛을 만들어 던지는 선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실 KCC에는 슛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가 또 있다. 작년 10월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입단한 연세대 출신의 가드 박경상(23, 180cm)이다.

현역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 감독은 종종 "득점력은 가르칠 수 없다"며 박경상의 이름을 언급한다. 타고난 스코어러로서의 기질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농구계에서는 'KCC 박경상', '연세대 박경상'보다 '마산고 박경상'이 더 유명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한경기 40득점 이상을 밥먹듯이 했다. 관계자들은 박경상을 역대 고교농구가 배출한 가장 폭발력있는 스코어러 중 한명으로 꼽았다. 프로에 있는 선수 대부분은 고교 시절 날고 기었지만 박경상은 무언가 특별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겟츠에서 뛰고있는 올스타 포워드 안드레 이궈달라는 2007년 유망주 캠프 지도차 방한했을 당시 마산고 2학년이었던 박경상을 "한국의 앨런 아이버슨"이라 부르며 "자신의 득점력에 자신감을 갖고있는 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세대 진학 이후에는 끊임없는 부상 탓에 고교 시절의 명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농구대통령의 눈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허재 감독은 지난 1년동안 쉴 새 없이 대학농구가 열리는 코트를 찾았다. 연세대에 입학한 첫째 아들 허웅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자연스럽게 박경상의 플레이가 눈에 들어왔다.

허재 감독은 "한번 지면 돌아가거나 피하려고 하는 선수가 많은데 박경상은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투지를 발휘한다"며 "분명 기질이 있다. 지금도 계속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창원 LG와의 홈경기. 허재 감독은 74-74 동점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을 박경상에게 맡겼다. 15초를 남겨두고 정면에서 2대2 공격을 펼칠 것을 주문했다. 지시는 거기까지였다. 직접 해결을 하든 돌파 후 외곽 찬스를 엿보든 간에 팀의 운명을 박경상에게 일임했다.

박경상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스크린을 타고 주저없이 골밑을 파고들어 로드 벤슨의 블록슛 위협을 피해 극적인 결승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과감한 플레이에 전주 홈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76-74 승리, KCC의 시즌 첫 연승이 박경상의 손에서 완성됐다.

박경상은 "감독님께서 마지막에 내게 기회를 주셨다.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프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대학과 프로는 엄연히 달랐다. 많이 뛰다보니 조금씩 농구를 알아가고 있다"며 "임재현 선배처럼 꾸준히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싶다. 팀이 필요로 하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허재 감독은 올 시즌 종료 후 특별 관리 대상 중 한명으로 박경상을 꼽았다. "올해 여름에 죽는거야"라는 무서운(?) 한마디로 혹독한 여름을 예고했다. 꼴찌의 아픔을 겪고있는 KCC, 그래도 소득은 있다. 박경상이라는 팀의 미래를 얻었다.

/노컷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