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54>속궁합이 어쩔랑가...
가루지기 <454>속궁합이 어쩔랑가...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3.01.03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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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25>

강쇠 놈이 둥기둥기 깝죽거리다가 흘끔 돌아보자 옹녀 년이 두 팔로 사내의 목을 감아쥐고 폴짝폴짝 뛰었다. 그때마다 출렁거리는 가슴이 사내의 등짝을 갉작거렸으며, 도끼날 맞은 계집의 늙은 중의 입에서는 더운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재밌소. 겁나게 재밌소. 다른 년놈덜언 모르겄고, 호색남 변강쇠와 호색녀 옹녀는 알아 듣겄소. 그 대목이 젤로 재밌소.”

“근가? 그 년놈덜도 소문난 호색남이고, 호색헌 계집들인갑드만. 허나 우리만큼 호색한들이겄는가?”

“허면 멋헌다요? 속궁합이 어쩔랑가 모르는디.”

“걱정허덜 말소. 자네도 사내깨나 잡아묵었당깨 알것이 아닌가?

내 물건이 자네 하나 감당못허겄든가? 자네 껏도 예사 껏이 아니란 것은 한 눈에 알아보았네. 속궁합언 맞추나 마나 꼭 맞을 것인깨, 당최 걱정허덜 말소. 허면 내가 기왕 부른 김에 사랑가나 한 대목 더 헐라네.”

“헐라면 해보시오, 시월이 좀 묵는 것언 아닌깨. 소금이 시어빠지는 것언 아닌깨.”

“흐흐, 자네 맴이 만경창파구만. 넓기도 허네. 내 자네럴 열번 스무번 극락에 보내줄 것이구만. 허면 사랑가럴 부를라네이.”

강쇠 놈이 옹녀를 두어차례 더 둥기둥기 깝죽거리다가 사랑가를 흥얼거렸다.

“네가 무엇을 가지려느냐? 네가 무엇을 바래느냐? 캄캄헌 밤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야광주를 가지려느냐? 네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네가 무엇이 묵고 싶으냐? 둥굴둥굴 수박덩이 웃봉지를 뚝 따내고, 강릉백청을 따르르 부어 은간지로 휘휘둘러 씰랑은 뚝 따 발라버리고, 붉은 자위만 덤뻑덤뻑 떠먹을라나? 시금털털 개살구를 먹을라나? 묵고 싶은 것얼 말해보그라.”

“호호, 서방님도 참, 시암가에서 숭늉 찾겄소. 씨도 안 받았는디, 먼 아가 스고, 시금털털 개살구가 묵고 싶겄소. 이년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서방님 하나먼 족허요. 다른 것언 다 필요 없고, 요놈만 묵고 싶소.”

옹녀 년이 호호 웃다가 발뒤꿈치로 강쇠 놈의 사타구니를 툭툭 쳤다.

“글지마소. 그 놈이 비록 외눈백이제만, 제 맴에 안 들어 성깔이 나면 하루고 이틀이고 고개럴 숙이는 법이 없네.”

“걱정도 팔자요. 이놈 죽이는 옥방이 내게 있고, 이놈 좋아허는 조갯살이 내게 있는디, 성깔이 먼 소용이다요? 내 옥방에 한번 갇히면 살려돌라고 사정사정 헐테니 두고 보시오.”

“허허, 그런가? 이놈언 파옥도 잘 헌다네. 자네 옥방문이 온전헐란지. 그나저나 여필종부라고 했는디, 내가 먼첨 사랑가를 불렀응깨, 임자도 한 마디 허소. 내 귓구녕이 심심허당만. 임자가 너럴 업을 수는 없을 것인깨, 시늉으로 업고 사랑가 한 마디 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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