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49>궁합 한번 맞촤보까요
가루지기 <449>궁합 한번 맞촤보까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2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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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20>

“댁네를 잡아 묵을라고 지달리고 있었소.”

“아무 계집헌테나 잽혀묵을 강쇠 놈언 아닌깨, 염렬랑은 붙들어 매시고, 집이 어디요?”

강쇠 놈의 물음에 옹녀 년이 픽 웃다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흐따, 모가지 뿌러지겄소? 멀 물어볼라면 앉아서 차근차근 선언 이렇고 후넌 이러냐고 물어보씨요. 내가 집도 절도 없이 조선팔도럴 사내란 사내넌 다 잡아 묵음서 돌아댕기다가 지리산 꼴짝꺼정 굴러 온 옹녀라는 계집이오. 쩌그 저 집이 내 집인디, 사방얼 둘러봐도 사내라고는 그림자도 볼 수 없어 적적해서 못 살 겄소.”

“그러시오? 이 몸언 강쇠라는 놈이요.”

강쇠 놈이 제 이름을 밝히고 어깨와 어깨가 맞닿을만큼 가까운 자리에 주저 앉자 옹녀 년이 눈을 크게 떴다.

“허면 이녁이 경상도는 모잘라다고 팔령재를 넘어와 운봉 인월의 주모란 주모는 모도 허리병신을 맹글았다는 변씨 성에 강쇠라는 함자를 쓰시는 분이시오?”

“어디서 내 소문은 들었는갑소이. 내가 바로 그 변강쇠요. 헌디, 아까막시부텀 어디서 음기기 솔솔 풍기길래 어디서 그런가 했더니, 아짐씨의 거그서 그랬는갑소이.”

“안 그래도 내가 이상타고 여겼소. 이년이 비록 사내에 허천들린 계집이지만, 대낮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디, 아까부터 아랫녁이 모탯불을 피운 것 맨키로 후꾼후꾼 뜨거워서 왜 그런가 했소. 이녁의 양기가 내 몸얼 그리 맹글았는갑소.”

“허면 속궁합얼 안 맞촤봐도 우리넌 궁합이 잘 맞는갑소이. 음기가 양기럴 부르고, 양기넌 음기럴 찾아 온 것얼 본깨요.”

“한번 맞촤보까요?”

“내가 밥언 한 두끼 굶고넌 살아도 계집언 못 굶고 사는 놈이요. 좋소. 한번 맞촤봅시다.”

강쇠 놈이 바지부터 벗을 듯이 설치고 덤비자 옹녀 년이 눈을 반짝 빛내다가 사내의 바지춤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 넣었다.

“흐, 그 놈 실허기도 허요. 내 수많은 사내를 잡아묵었소만, 이런 물건은 또 첨이요.”

“조선팔도 어따 내놔도 안 빠질 것이요.”

강쇠 놈이 씩 웃는데 옹녀 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웬 한숨이요? 막상 대물을 본깨, 그걸 감당헐 자신이 없소? 찢어진 구녕이 더 찢어지까 겁이 나요? 싫으면 관두시오. 내가 수많은 계집얼 극락에 보냈소만, 싫다는 계집허고 억지로 헌 일언 없소.”

“그래서가 아니오. 모처럼 물건다운 물건을 만냈는가 했는디, 내일이면 또 고태골로 가뿌릴 이녁이 불쌍해서 나온 한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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