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48>찢어진 그 것이 먼 죄가 있다고
가루지기 <448>찢어진 그 것이 먼 죄가 있다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2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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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19>

계집은 사내가 저를 살피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혼잣말로 씨부렁대며 주먹으로 제 가랭이 사이를 쥐어박고 있었다.

‘거참, 미친 년이시. 찢어진 그 구녕이 먼 죄가 있다고 저리 쥐어박으까이. 아무리 지껏이라고 해도 너무허는구만.’

강쇠 놈이 잠시 동안 계집의 동태를 살피다가 큼 하고 기침소리를 냈다.

계집이 벌겋게 닳아오른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돌아보기만 했을 뿐, 걷어올린 치마자락을 내리지도 않았고, 사내의 눈길을 피하지도 않았다. 피하기는 커녕 사내의 온 몸을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쑥 훑어보는 것이었다.

사내의 얼굴에 멈추었던 계집의 눈길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더니, 배꼽 아래 한 뼘 쯤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계집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사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가지랭이를 벌리는 계집이었지만, 사내의 사타구니가 곱사등이의 굽은 등처럼 불쑥 솟아올라 있는 꼴은 또 처음이었다.

‘흐, 별 요상시런 놈도 다 있구만. 해필이면 저그다 멀 숨겨놨으까이. 설마 저것이 그것이 차일을 치고 있는 것언 아닐 것이고.’

무명바지 속에 무엇이 들어있건, 불쑥 솟은 저 안에 사내의 연장이 들어있으려니, 짐작하자 계집은 다시 입에 침이 마르고 가슴이 벌떡거렸다.

그것은 강쇠 놈도 마찬가지였다. 곱상한 얼굴에 불그죽죽한 눈빛, 검은 눈썹 밑이 거무스레한 것이 계집도 색깨나 밝히게 생겼는데, 사내의 음심 품은 눈빛을 피하지 않는걸로 보아 양가댁의 아낙은 분명 아니었다.

주막도 없는 산골짜기에 주막계집이라고 보이기에는 또 그랬다. 계집의 자태에 사타구니 사이의 주책없는 놈이야, 원래 그런 놈이려니 치드래도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것이 분명 예사 계집은 아니다 싶은 강쇠 놈이 침 한번 꿀꺽 삼키고 큼큼 헛기침까지 두어 번 한 후에 입을 열었다.

“누구시요? 댁네는. 인기척도 없는 산골짜기에서 요상시런 짓으로 사내를 홀리는 댁네는 사람이요? 귀신이요? 아니면 백년 묵은 여시요?”

“호호호, 내가 누구냐고요? 내가 바로 사내란 사내넌 만내는 족족 잡아 묵는 백년 묵은 여시요. 아흔 아홉 사내럴 잡아 묵고 한 사내만 더 잡아묵으면 선녀가 되어 하늘로 올라갈 백년 묵은 여시계집인디, 으떠시오? 이년헌테 한번 잡아믹혀 보실라요?”

계집이 자지러질듯 웃다가 서늘한 기운이 도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여시가 지 스스로 지가 여시라고 허는 꼴언 못 봤응깨, 사람 계집이 분명헌디, 여그서 멀 허고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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