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과 부엌일
황혼이혼과 부엌일
  • 김선남
  • 승인 2012.12.27 17: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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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TBC가 방영하는 주말드라마, ‘무자식 상팔자’가 종편 프로그램에서는 드물게 5%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이 1%대의 시청률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드라마가 5%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데에는 작가가 “언어의 마술사”인 김수현이라는 점, 드라마의 구성이 탄탄하게 이루어진 점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시청자들이 TV 앞으로 몰려드는 것은 이 드라마의 사회성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이 드라마는 노인문제, 고부갈등, 노후대책, 명퇴, 황혼이혼, 혼전출산, 이혼 등과 같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소재로 스토리를 현실감 있게 전개하고 있으며, 이를 마치 나의 문제인 것처럼 느끼도록 표현해 낸다. 인상적인 드라마 제작 수법이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는 과정은 연기자의 리얼한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시청자의 몰입을 얻어내기에 충분하다.

이 드라마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황혼이혼’이다. 황혼이혼은 우리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이다. ‘무자식 상팔자’에서 둘째인 희명(송승환 분)은 중견기업 상무로 재직하다 퇴직한 후 아내와 전원생활을 시작한다. 아내와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는 전혀 새로운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직장을 다니는 동안 묵묵히 자신을 내조 해왔던 아내와 의견이 충돌을 하게 되면 그는 당황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희명은 항상 자신을 사회모범생, 모범가장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에 비례해서 노년기의 새로운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감이 크다. 그는 한순간에 위축된 자신의 지위와 역할 때문에 좌절감을 갖는다. 결국 그는 가출을 시도하고, 이혼도 고려하게 된다. 희명은 가부장적인 가장의 자리에서 ‘이 시대의 고개 숙인 아버지’로 추락하는 현실을 경험한다.

‘무자식 상팔자’가 다루는 황혼이혼이 우리 사회에서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 19.1%이던 것이, 2010년에는 23.8%로 높아졌다. ‘201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결혼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한 중·장년층 부부의 이혼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의 이혼건수는 전체 이혼건수(11만4284쌍)의 24.8%(2만 8299건)나 된다.

전문가에 의하면, 황혼이혼은 주로 50대 이후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황혼이혼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여성들의 자녀양육으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아내는 젊어서는 남편에게 불만을 느껴도 자녀양육이 걸려 있어서 참고 살지만 자녀가 성장한 후에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황혼이혼을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지배하는 사회,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왜곡된 성역할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서 희명은 아내와 불화를 겪으면서 아내가 밥을 차려주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주방에서 혼자 라면을 끊여먹기도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실생활에서 많은 남성들은 주방용품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를 만큼 부엌 공간과는 동떨어진 존재이다. 가부장적 사회는 오직 여성, 아내만을 가사노동의 전담자로 훈련시키기 때문에 그렇다. 반면 남성, 남편은 부엌 공간에서는 완벽한 이방인, 의존적인 존재로 남도록 성역할을 분담한다.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미국사회에서는 가사분담과 관련해서 남녀차별이 비교적 낮다. 그 이유는 미국사회가 가사노동, 특히 부엌일을 배우는 과정에서 양성평등문화를 자연스럽게 정착시키기 때문이다. 미국부모들은 어려서 때부터 성과 무관하게 부엌일을 배우도록 자녀들을 지도한다. 아이들은 부엌에서 부모가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이를 거들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부엌일을 가르치는 미국부모는 “아들이 앞치마를 두르면 보기 싫다”라고 하면서, 아들의 부엌일을 금기시하는 한국부모와는 대조를 이룬다.

미국부모가 성구별 없이 자녀에게 부엌일을 가르치는 것은 이들이 부엌일에 부여하는 생존가치(survival value)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요리를 생존의 기본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먹어야만 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먹는 것은 성과 무관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이 부엌일에 부여하는 가치는 한국사회의 성역할 의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부엌 밖에서 성장하고 활동한 남성들은 가사노동에서 해방되는 대신 자신의 생존을 아내의 손에 맞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황혼이혼과 함께 정서적인 황폐화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홀로 살아가는 방법까지도 새로 습득해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남편이 ‘부엌일은 아내의 것’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떨쳐버릴 때, 황혼이혼이라는 아내의 반란은 줄어들 것이다. 또 황혼이혼으로 인해 남편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도 감소할 것이다.

<김선남(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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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2013-08-14 06:13:21
이어서 갑니다. 는 지극히 개인주의 에 너무나 익숙한 현실에서 젊어서는 좋은 감정과 사랑으로 살았기 때문에 황혼까지 동반자로 살아왔을 것입니다. 개인 이기에서 황혼 이혼이 증가한다고 봅니다. 모아둔 재산 분배해서 일신 편하게 살려는 이기와 빈곤자는 기초생활보호기금로 살기위한 이기라 생각합니다. 우리사회가 자식이 성년이되면 독립해서 부모 품에서 떠나 독립하는 문화로 정착해야합니다. 할말이 많은데....
이상수 2013-08-14 06:01:59
황혼이혼을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교육은 서구의 교육을 시키는데 사고는 동양인의 의식을 버리지못하고, 모든생활문화가 좋은점은 새로은 문화로 정착되지만 구 시대적인 불평등한 문화는 소멸되는 것이 순리라 생각합니다. 내생각에는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는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쾌락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또한 더불어사는 사회가 아니고 한 가족이라할지라도 약자는 동물의 세계와 같이 도퇘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