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의 상징 뱀
생명력의 상징 뱀
  • 이동희
  • 승인 2012.12.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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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계사년 뱀띠 해가 밝아온다. 보통 뱀은 징그럽고 혐오스런 것으로 인식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악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뱀은 이브를 유혹해 선악과를 따먹게 한 사탄이다.

그러나 이는 뱀의 한 얼굴만 본 것이다. 뱀은 서로 다른,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지닌 존재이다. 징그럽고 혐오스럽고 사악한 면이 있는가 하면, 풍요와 다산, 장수와 환생을 상징하는 신령스런 존재이기도 하다. 12지신의 하나로 자리하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최고의 신으로 뱀을 받들기도 한다.

뱀의 긍정성의 토대는 땅의 생명력이다. 뱀은 지렁이처럼 온몸을 땅에 붙이고 다닌다. 그래서 뱀은 지신(地神), 즉 땅의 신이며, 여기에서 생명력을 상징하는 특질이 나온다. 대지에 온몸을 붙이고 다니는 생명력의 화신, 그것이 우리의 일반적 인식과 다른 또 다른 얼굴의 뱀이다.

경주박물관에 소장하고 있는 신라토기를 보면 거북이 오리 등 여러 흙인형(토우)이 붙어 있다. 그런데 이것들과 함께 뱀 모양의 토우가 있다. 거북이는 수명장수를 기원하고, 새는 하늘을 나는 날짐승이기에 동경한다고 할 수 있지만 뱀은 뜻밖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뱀은 곧 지신으로 풍요를 상징하기 때문에. 즉 죽어서도 풍요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장품 토기에 뱀인형을 붙여 놓은 것이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형상의 토우가 달린 신라토기들도 있다.

뱀은 장수와 환생, 불사와 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뱀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성장기에는 허물을 벗는다. 이것이 뱀이 죽지 않는 불사, 재생, 영생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의 현무도는 뱀과 거북이가 뒤엉켜 마주보는 형상으로 이 또한 재생과 불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신화에 나오는 복희와 여와의 하반신은 뱀모양으로 꼬아져 있는데 이는 창조의 의미이다. 서양에서 뱀은 또 치료의 신, 의술의 신이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딸이 들고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 뱀이 돌돌 말려 있다. 지금도 군의관 배지는 십자가 나무에 뱀 두 마리가 감긴 도안이다. 뱀은 또 지혜로움을 뜻하기도 하는데 성경에 ‘뱀같이 지혜롭고’ 라는 말이 있다.

뱀의 긍정성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업신앙이다. 업은 집안을 지키는 가신(家神)의 하나로 집안의 살림을 늘어나게 하고 복을 지켜주는 것이다. 구렁이는 집안의 깊은 곳 특히 광 한구석에 있으면서 살림을 늘게 해주고 집을 지켜주는데, 이 구렁이가 집에서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믿었다.

뱀과 관련해 명필 창암 이삼만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것이다. 창암의 부친이 뱀에 물려 죽었고 그 이후로 창암은 뱀만 보면 잡아 죽였으므로 뱀이 창암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창암의 글씨를 얻어다 붙여놓아 뱀의 범접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는 뱀의 피해가 컸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한데, 창암이 쓴 유수체의 대표작으로 “산광수색(山光水色)” 의 ‘색’자는 완연한 뱀모양이다.

뱀띠 해에는 을사조약(1905)이 체결되고, 광주학생운동(1929)이 일어났고, 한일협정(1965)이 체결되었다. 세계적으로는 러시아혁명(1917), 세계 대공항(1929), 태평양전쟁(1941)이 일어난 해이다.

뱀띠 해에 태어난 우리나라 인물로는 이순신장군, 박정희대통령 등이 있다. 세계적 인물로는 괴테, 피카소, 링컨, 케네디, 도스토예프스키, 사르트르, 간디, 마오쩌둥, 보들레르 등이 뱀띠이다.

연초에 전주역사박물관에서 뱀띠 해 특별전을 오픈한다. 뱀 관련 우리 유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뱀 유물도 전시된다. 쥐띠에서 시작하여 6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띠 전시이다. 며칠 남지 않은 임진년 용의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계사년 뱀의 해에 땅의 생명력을 받아 힘이 넘치고 풍요로운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동희<전주역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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