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47>저 계집얼 어뜨케 허제?
가루지기 <447>저 계집얼 어뜨케 허제?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27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 상견례 <18>

처음에는 나지막히 중얼거린다는 것이 아랫녁을 쿡쿡 쥐어박자 그것이 불씨를 쏘삭이는 부지깽이 노릇이라도 했는지, 불구덩이 안 쪽에서 불길이 확 치솟드니, 온 몸을 활활 태우자고 덤비면서 나중에는 끙끙 앓는 소리가 되어 나왔다.

계집이 뒤로 비스듬이 넘어지면서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 때였다.

강쇠 놈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머리끝이 쭈볏 일어서면서 등골에 소름이 솟았다.

‘거참, 먼 일이제? 벌건 대낮에 호랭이가 설칠리도 없는디, 무섬증이 들다니.’

그 뿐만이 아니었다. 등골에 소름이 솟으면서도 사타구니 사이의 주책없는 놈이 벌떡 고개를 치켜 든 것이었다. 놈은 한나절 전에 운봉 정사령놈의 마누라가 낫을 들고 설치는 통에 걸음아 날 살려라,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때보다 더욱 왕성하게 일어나 있었다. 아니, 지금껏 수없이 많은 계집들을 만났지만, 놈이 그처럼 단단히 화를 낸 꼴은 또 처음이었다.

강쇠 놈이 바지춤을 쳐들고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주책없는 놈을 주먹으로 쿡쿡 쥐어박다가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 보았다.

저만큼 물가의 바위 가에 희끗한 모습이 보였다. 백년 묵은 여우가 대낮에도 사람을 홀린다더니, 그런가 싶어 다시 한번 찬찬히 살폈다. 그것은 분명 검은 머리털을 가진 사람이 분명했다. 그것도 가랭이 사이가 찢어진 계집이 틀림없었다.

저것이 백년 묵은 여시가 되었건 사람의 계집이건 계집이 분명허구나, 생각하자 주책없는 놈이 지랄발광을 떨었다. 놈이 그러는 것은 또 처음이라 강쇠 놈이 뭐라고 중얼거리며 제 사타구니를 쥐어박고 있는 계집을 가만히 바라 보았다.

‘저것이 사내라면 용두질을 치는 것이 분명헌디, 계집이 대낮부텀 그짓얼 헐리넌 없고.’

강쇠 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계집을 좋아할망정 다짜고짜 속궁합 좀 보십시다, 하고 덤벼들 수는 없었다.

강쇠 놈이 일단은 계집의 눈치를 살피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워낙이 산골이라서 그런지 산비탈 너들강 밭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저만큼 멀리 몇 두락의 논이 보였으나, 논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언 이놈부터 달래놓고 봐야허는디, 저 계집얼 어뜨케 허제?

모른체끼 다가가서 소피럴 보는체허까? 아무리 정숙헌 계집이라도 내 물건얼 한번만 보면 사죽을 못 썼응깨.’

그리 작정한 강쇠 놈이 발소리를 죽이고 계집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이것아, 이 속창아리 없는 것아. 시도 때도 없이 넘정거리면 어뜩허냐? 내 반반헌 낯빤대기 탓에 너헌테 사내재미럴 굶긴 적이 있었더냐? 만내는 사내마동 고태골로 가서 글제, 니가 잡아 묵은 사내가 어디 한 둘이더냐? 물리지도 않냐? 주둥이에서 신물이 나지도 않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