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의 문화를 생각해 본다
좋은 삶의 문화를 생각해 본다
  • 김복현
  • 승인 2012.12.2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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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사일 후면 흑룡의 해 2012년 임진년(壬辰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계사년(癸巳年)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한 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시작과 끝이 덧없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매사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것이 불변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탓도 많았던 18대 대선도 끝이 났고, 이제 5년간의 새로운 정치 여정이 시작된다. 그런데 지금은 혹독한 추위와 한파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버린 상태이고 보니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우리 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삶의 문화 중에서 혹시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일들이 나에게 있지 않았나를 뒤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순간순간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나를 중심으로 삶을 살아왔다. 그러한 생활의 패턴을 열거해보면 아이들을 관대하게 키우면 문제의 어린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내 아이들은 관대하게 키우지는 않았는지, 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웠다고 말하면서 내 자식이 그럴 경우에는 자기주장이 뚜렷해서라고 옹호한 적은 없었는지, 남의 아들이 웅변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누구에게나 주는 상을 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내 아들이 상을 받으면 실력이 뛰어나 받은 것이라고 자랑하지는 않았는지,

내 아이가 어디에서 맞고 오면 쫓아가서 때린 아이 혼내주면서 내 아이가 다른 아이 때리고 오면 아이들의 싸움이라고 접어두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지,

남의 아이가 눈치 빠르면 약삭빨라서이고 내 아이가 눈치 빠르면 영리해서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지, 남이 내 아이를 나무라면 이성을 잃은 행동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남의 아이를 꾸짖는 것은 어른 된 도리로써 타이르는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지, 남의 아이가 대학에 낙방하면 실력이 없어서라고 말하면서 내 아이가 낙방하면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서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지, 며느리가 부부싸움을 하면 며느리더러 참아야 한다고 하면서 딸이 부부 싸움하면 아무리 남편이라도 따질 것은 따지라고 딸 편을 들은 적은 없었는지, 남의 딸이 말이 많으면 수다스럽다고 하면서 내 딸이 말이 많으면 붙임성이 좋아서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지,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면 줏대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는지, 남이 아이를 셋 낳으면 무식하다고 하면서 내가 셋을 두면 다복한 것이라고 자랑을 한 적은 없었는지, 개인 중심의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온 것 같다. 이러한 삶의 문화에 대하여 ‘아담스미스’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마치 밭고랑과 이랑이 서로 낮추고 높여 평평하게 되는 것”처럼 세상일이 되어간다고 했으며, 중국속담에도 뿔 가진 놈은 이빨이 없다(角者無齒)고 하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람만이 돈(재산), 권세, 명예, 세 가지를 모두 갖고 싶어한다. 돈을 얻으면 권세와 명예를 탐하지 말아야 하며 권세를 얻으면 돈과 명예를 포기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명예를 갖게 되면 돈과 권세를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긴 말을 아담스미스와 중국속담이 전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세 가지를 다 갖게 되면 다른 사람은 셋 중 하나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매우 불공평하여 분란이 일어날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세 가지를 모두 가지려고 야욕을 부리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과욕이다.

새해에는 과욕을 부리는 일보다는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해보았으면 하는 가냘픈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생각이다. 옛날 어느 나라의 왕이 중병에 걸려 백약을 찾고 있었다. 전국의 명의가 다 동원되었지만 병은 더욱 악화하여갔다. 그때 무명의 한 의원이 찾아와서 치유 비방을 일러준다. 치유 비방은 이 세상에서 근심, 걱정이 없고 야욕이 없는 사람의 속옷을 구해다 입으면 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을 두루 찾아보아도 그런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마음씨 고운 청년이 깊은 산속 외딴 집 처마에서 소나기를 피하려고 서있는데 집안에서 명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근심, 걱정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걱정이 없으며 매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자초지종을 다 말하고 속옷을 얻자고 하니 집주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속옷을 아예 입지 않고 사는데 어쩌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돈 명예 권세를 놓고 인간관계에서 근심, 걱정거리는 누구나 한, 두 개 갖고 있게 마련이다. 과연 세상에는 돈 명예 그리고 권세를 놓고 근심,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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