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부재와 스스로 무너진 의회의 권위와 위상
소통부재와 스스로 무너진 의회의 권위와 위상
  • 남궁경종기자
  • 승인 2012.12.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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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이 예산안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 과정을 지켜본 많은 군민들은 “막장 드라마도 이러지는 않는다”면서 한숨만 내쉰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처음 발생한 중대한 사건인 만큼 그 속사정이야 추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지난하겠지만 군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고창군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보여준 일련의 과정들은 과연 6만 군민의 대의기관임을 자임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군의회는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삭감하며 타당성 부족, 절차 미이행, 예산과다 등을 예산별 삭감사유로 제시하며 의회의 권위와 위상 제고를 위해 양보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예산삭감은 의회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을 삭감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개별사안에 대한 논의 없이 개별의원들의 삭감조서와 업무보고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한 사안들을 모두 취합해 일괄상정, 일괄표결로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과정의 정당성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일괄상정을 반대한 일부의원들은 재심의를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했지만 예산안은 이미 본회의에 상정됐다.

재심의를 요구한 의원들은 숫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이해당사자인 군민을 앞장 세웠다.

이날 본회의를 참관하러온 군민들은 대다수 삭감예산의 이해당사자들로 삭감된 예산에 격분, 삭감에 동의한 의원들을 향해 인신공격과 폭언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본회의장에선 어느 누구도 의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의회가 대의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유권자인 군민을 의회에 앞장세움으로서 의회 스스로가 군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역할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고창군의회가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길 기대해본다.

고창=남궁경종기자 nggj@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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