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434>아이 팔뚝만한 물건이 고개 들어
가루지기<434>아이 팔뚝만한 물건이 고개 들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19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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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상견례 <5>

"고맙소. 참말로 고맙소. 이따가 장례가 끝나고 일이 추스러지면 이 년이 술 한 잔 대접해 올리리다."

옹녀 년이 사내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 아짐씨. 아직은 성님의 시신이 식지도 않았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내는 계집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것은 사내도 계집한테 염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염사가 없다면 어찌 계집 혼자 기거하는 별채를 기웃거렸겠는가?

그걸 모를 옹녀 년이 아니었다. 제 년이 풍기는 음기가 이미 사내의 골수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도 이것은 사람의 탈을 쓰고 헐 짓이 아닌디.'

숨줄을 놓고 고개를 외로 꼰 이천수를 안 방에 옮긴 지 채 두 식경도 지나지 않았잖은가?

음기에 홀린 사내가 보챈다고 함부로 살보시하겠다고 속곳을 내릴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사내에 허천이 들리고, 씨 하나 심겠다고 살탐을 하던 이천수 놈이 지펴놓은 모닥불이 채 꺼지 않고 모락모락 타고 있을망정 그 불을 끄겠다고 사내한테 가랭이 벌려 줄 일은 아니었다. 천하의 잡년일 망정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오늘만 날언 아닌깨, 내일도 있고, 모래도 있응깨, 말문은 터놨응깨, 언제든지 살풀이 한번 걸판지게 헐 수 있응깨, 시방은 참자, 참고 말자.'

그리 작정한 옹녀 년이 사내의 손을 놓고 돌아섰다.

"아, 아짐씨."

사내가 뒤에서 부등켜 안았다.

"왜 이러시오? 어쩌자고 이러시오?"

"내가 상처한지 삼년 되었소. 아까막시 횃불빛에 어른거리는 아짐씨 얼굴을 보고는 숨이 컥 맥혔소. 내가 색에 미친 놈은 아닌디, 아짐씨를 보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소."

사내의 손이 저고리 속을 파고 들어왔다. 유두끝이 일어서고 아랫녁에서 시늉으로 타던 모닥불이 확 피어 올랐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디, 이까짓 몸뗑이가 멋이라고 산 사람 소원하나 못 들어주까, 하는 생각이 순간 옹녀 년의 머리 속을 흘러갔다.

"이러지 마씨요. 이녁은 내가 무섭지도 않소? 사내 잡아 묵은 이 년이 겁나지도 않소?"

옹녀가 사내의 손을 밀어내는체 하며 말했다.

"설령 아짐씨 가심팍에 대갈통을 박고 죽는한이 있드래도 허고싶소. 허고 싶어 미치겄소. 이러는 나럴 나도 모르겄소. 내가 계집에 환정헌 놈도 아닌디, 아짐씨 앞에서는 왜 이러는지 모르겄소."

사내가 옹녀를 별채 뒤안으로 밀고 가며 중얼거렸다.

못 이긴 체 밀려가며 옹녀가 오른 손을 슬며시 내려 사내의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제법 어린 아이 팔뚝만한 물건이 의기양양 고개를 들어 차일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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