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27>얼렁 불이나 꺼주씨요
가루지기 <427>얼렁 불이나 꺼주씨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13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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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77>

"허면 내가 줄행랑을 쳐야겄소. 이 집 여자 말은 자기허고 어디 멀리 가서 숨어살자고 헙디다만, 계집 하나 때문에 죽기는 싫소."

강쇠 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주모가 바지가랑이를 잡아당겼다. 그 통에 느슨하게 매어놓았던 허리띠가 풀리면서 바지가 밑으로 흘러내렸다. 비록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우람한 거시기 놈이 주모의 눈 앞에서 대롱거렸다. 순간 주모가 그 놈을 와락 움켜 쥐었다.

"도망갈 때 도망가드래도 나 한번만 더 죽여주고 도망가씨요."

주모가 거시기 놈을 입술로 슬슬 문지르면서 애원을 했다. 그러자 속없는 놈이 고개를 슬며시 쳐들었다.

'하이고, 이 놈아, 뒈진듯이 자빠져 있그라.'

강쇠 놈이 속으로 부르짖었으나 거시기 놈이 들은 체도 안 했다.

"대단허요. 음전네 꼴얼본깨 못해도 두 번, 세 번은 살방애럴 찧었을 판인디, 또 고개를 쳐드요이."

"그놈이 속창아리가 없는 놈이요."

"너무 나무래지 마씨요. 총각헌테는 보배요. 날 좀 어뜨케 해주씨요. 음전네가 이녁 밥채려준다고 올지도 모르는디, 후딱 해치웁시다."

"허리가 아프다고 안 했소? 괜찮겄소?"

"괜찮헌깨 왔제요. 여까지 오는디, 내 정신이 아니었소. 보씨요.

총각만 속창아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도 속이 없는 년이요."

주모가 강쇠 놈을 주저 앉히고 손을 끌어다 제 다리 사이에 넣어주었다.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옹달샘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계집이 그렇게 나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살방아가 지겹다고 뿌리치고 도망가면 십리 건 이십리 건 쫓아 올 계집이었다. 내 몸의 불을 꺼주고 가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쫓아 올 판이었다. 아니면 눈을 까뒤집은 채 저 도둑놈 잡으라고 소리를 질러 사람을 모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계집이 아랫녁 때문에 미치면 그 아랫녁을 달래주기 전에는 애당초 제 정신으로 돌아오기는 그른 법이었다. 한번 미치면 체면도 염치도 없는 것이 계집이었다.

"알겄소. 흐나 또 허리가 병신이 되었네, 어쩌네험서 덤케기럴 씨우면 안 되요이. 이것은 순전히 내 뜻이 아니라 아짐씨가 원해서 헌 일인깨, 내 핑게럴 대면 완 되요이."

"핑게 안 댈텐깨, 얼렁, 얼렁 불이나 꺼주씨요."

주모가 뒤로 비스듬이 몸을 눕혔다. 천장을 한번 흘끔 쳐다보며 쓰디 쓴 웃음을 흘리며 강쇠 놈이 주모의 몸 위에 몸을 실었다.

어차피 달디 단 재미를 보자고 시작한 살풀이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방아고를 사정없이 들었다 내려놓았다.

"어, 허윽. 살살, 살살 허씨요. 허기 싫은 걸 억지로 허는 총각 맴이사 알제만, 그렇다고 이년의 엉덩이를 뿌시자고 뎀벼서야 쓰겄소."

주모가 두 다리로 사내의 두 다리를 꽉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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