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언제부터 정치인들이었소?
당신들은 언제부터 정치인들이었소?
  • 승인 2012.12.13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에서 목회를 할 때의 일이다. 가끔 강단을 비울 때면 유럽 유학생들 중에 한국에서 교수를 하다가 유학 온 목사들에게 강단을 맡겼다. 한 번은 신학을 전공하는 전도사에게 강단을 맡기기로 했다. “조 전도사, 다음 주일에 장년예배 설교하세요.” “목사님께서 다른 것을 시키시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어른 강단만큼은 저에게 맡겨주지 마십시오. 저는 어른 설교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어렵습니다.” “조 전도사! 누구든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도 전도사로 교회를 섬길 때 담임목사님께서 부족하고 어린 나를 믿고 어른 설교를 하게 해주셔서 이만큼 된 것이니 너무 어려워말고 하세요.” “목사님의 뜻은 그렇다 하시어??도 교인들이 생각할 때는 양이 차지 아니할 것입니다.”라고 사양했으나 결국 강단을 맡겼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난리가 났다. “목사님, 다음에는 절대로 시키지 말아주세요. 창피해서 혼났습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자주 해봐야 잘하지.” 그런데 교인들도 다들 한 마디씩 한다. “목사님, 우리가 꼭 주일학생이 된 것 같았어요. … 목사님, 이번에는 그랬지만 다음에는 예전처럼 목사님 친구들 모셔주세요. … ” “아니,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설교도 자주해야 잘하지요. 조금 더 하면 잘할 거요. 참으세요.” 그리고 다음에도 강단을 맡겼다. 그렇게 몇 번을 했더니 교인들의 반응이 영 달라졌다. “목사님, 조 전도사님 설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설교를 너무 잘해요. 지난주 설교에 은혜 많이 받았어요.” 필자는 교인들의 반응을 듣고 마음이 뿌듯했다. 그 후로는 조 전도사도 설교를 맡길 때 사양하지 않았으며, 혹시 설교를 자기에게 맡기지 않고 다른 분을 모셔올까 하는 눈치였다. 바로 그 전도사가 박사학위와 목사 안수를 받고 귀국하여 실천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한국 교회의 영향력을 끼치는 지도자로 우뚝 서 있다. 사람은 그렇게 키워야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본란에 지난 2007년 9월, 제17대 대통령 선거 전에 “이런 대통령이 뽑혔으면”, 2011년 8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정치 지망생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금년 10월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진짜 왕이 되고 싶소? 진짜 왕이 되고 싶소!”라는 글들을 줄곧 써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글도 어느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쓰기보다는 제18대 대통령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은 물론 정치에 뜻을 둔 지망생들에게 또다시 한 마디 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번 정당과 대통령 후보들을 보면 국민들이 기존 정당과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낀 것을 잘 알고 모두들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정치문화와 풍토에서 누가 새 시대의 새 인물이 되어 새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겨 걱정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철수’라는 새 인물이 무소속 후보로 나선 후 국민 여론이 편중되니까 정당들이 당황하고 후보들이 바싹 긴장한 것 같다. 그리고 예전에는 자신의 정당이 새 정당이고 후보인 자신이 새 인물이라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도 인용하더니, 이번에 무소속 새 후보가 나타나니 새 사람은 안된다고 말 바꾸기를 한다. 물론 대통령 선거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서로 물고 물리는 정권 전쟁이기 때문에 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패배시켜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안다. 그래도 다른 것은 모르지만 이구동성으로 정치쇄신과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들이나 기존 정당들이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미 사퇴한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에 기성 정치인들과 기성정당들이 그를 향해 대략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정치 초년병이, 아니 정치 문외한이 정치를 우습게 알고 정치를 한다고 나서다니 … . 정치를 아무나 하는 줄 아는 모양이지. 정치판이 어디라고 감히 뛰어들어!” 들어보면 참으로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안철수 전 후보가 문외한이 아니라,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잠시 망각하고 그런 말을 무책임하게 쏟아낸 그들이 더 무식하고 더 문외한이다. 왜 그런가? 그들은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기본도 모르고, 나무가 열매를 맺으려면 새싹부터라는 자연원리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자신들은 천리 길을 단숨에 걸어온 줄로 아는데, 그런 말을 하는 그들도 첫 걸음을 내딛지 않고는 천리 길을 걸어올 수가 없었고, 자신들이 다 자란 나무라면서 자신도 새싹인 때가 있었고, 누군가가 밟지 않았고, 혹 밟혔을지라도 뭉개지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인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현 정치인들에게 “당신들은 언제부터 정치인들이었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니,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과거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정치를 했던 정치군인들인 전 대통령들은 언제부터 정치를 배웠고, 언제부터 정치를 했던가? 그리고 선량하고 힘없는 일반국민들은 그런 대통령들도 정치를 하게 했던 나라와 민족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민주인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조국 민주주의 건설을 위해 독재정치와 싸우다가 투옥되어 감옥생활 중에 모진 고문과 사형언도도 받았지만, 그게 정치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 분들도 정치 일선에 뛰어들어 정치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러면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은 되도 대통령은 안된다는 말인가? 그것은 선거제도를 통해 유권자들이 표로 결정할 문제이지, 상대 후보나 정당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중앙선거관위위원회 규정 가운데 “기성 정치인인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아닌 사람이나 무소속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명시해 놓으면 될 것 아닌가? 그러므로 합법적으로 출마하면 정치개혁과 새 정치를 위해서는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가짜 광해도 왕의 자리에 오르더니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잘 하던데 … .

<김승연 목사(전주서문교회 담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