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배워 뭐해?
수학은 배워 뭐해?
  • 김인수
  • 승인 2012.12.13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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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계물리·화학올림피아드에 이어 세계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찬사를 보내기에 더할 나위가 없지만, 한 과목에 올인해 받는 상이어서 약간의 여지가 남는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학생들이 경쟁하는 대열에서 차세대 미래한국의 모습은 매우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수학은 배워서 어디에다 쓰는가?”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에게 수학을 배우던 그리스의 히에론 왕이 던진 질문이다. 히에론 왕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질문을 할만도 하다. 아르키메데스가 가르치는 수학이 너무 추상적이고 어려워 자신의 생활과 나라의 정치에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적 지식으로 왕의 고민을 해결함으로써 수학의 실용적 가치를 직접 증명해 보였다.

이른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 말고 뛰쳐나와 ‘유레카’라고 외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히에론 왕은 새로 만든 자신이 쓰고 있는 금관에 은이 섞여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르키메데스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이에 아르키메데스는 고민을 거듭하다 목욕을 하던 중 물속에서는 자기 몸의 부피에 해당하는 만큼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알아내어 히에론 왕의 새 금관이 은이 섞인 위조품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인류 최초의 과학의 기초학문으로 알려진 수학은 이처럼 모든 난제의 만능열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생물학도 예외가 아니다. 예전만 해도 생물학 분야는 수학이 어려워 수학 혐오자들의 도피처가 될 만큼 수학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공계 학문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생물학자들을 혼란스럽게 해온 미스터리나 논쟁거리로 남아 있던 생물학의 난제들이 최근 수학적 지식에 의해 해결되고 있어 화제다.

살아 있는 세포에서 RNA가 하는 역할은 세포의 주요 구성요소인 단백질을 생산하는 일이다. 그러나 1990년대 말 무수히 많은 RNA 분자들이 세포에서 모든 분자 메커니즘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RNA의 역할에 대한 기존 관념이 바뀌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마이크로 RNA가 주요 구성요소인 단백질 생성을 통제하는 방식을 해석하는 데 있어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약간의 실험적 조건 변화에도 결과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같은 한 쌍의 단백질과 마이크로 RNA가 실험들이나 실험 조건에 따라 다른 조절 메커니즘을 보인다는 사실에 생물학자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최근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새로운 해결책이 수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의 수학적 모델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9가지 정도의 서로 다른 메커니즘의 특징적인 면을 검토한 후 9개의 메커니즘을 통합하는 시스템적 모델을 만들었는데, 이 다기능 모델은 유전자 조절에 대한 역동적인 예측을 가능케 했다.

생물수학의 기원은 유전학 창시자인 그레고어 멘델로 올라간다. 멘델이 형편이 어려워 브르노 수도원에 들어갈 때 추천을 해준 이는 물리학자 프란츠 교수였다. 교사 자격을 얻으려 진학한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에서 식물학자 웅거와 세포학자 네겔리를 만났지만 실험물리학 교수 도플러와의 인연도 그의 미래에 중요한 경험이었다. 그가 고등학교에서 처음 가르친 과목도 물리였다. 당시 물리학은 수학의 비중이 컸다. 멘델이 식물 연구를 수학적(통계학적)으로 접근한 까닭은 이런 배경에서 찾아진다. 생전에 멘델은 오히려 물리학자(수학자)로 인정받았다. 브르노 자연과학학회는 멘델의 완두콩 잡종 연구 논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그가 6년 동안 기상을 관측해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내놓은 논문은 500부를 찍어 돌릴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 모델이 받아들여질 경우 마이크로 RNA 작용 중 주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활발한 진전이 이뤄질 수도 있으며, 그 결과 이들 중요 분자들이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방법을 이해하기 위한 긴 논쟁의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만든 수학적 모델에 의하면 마이크로 RNA가 단백질 발달에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작용을 수행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진행 조건이 어떻게 주어지든지 간에 단백질 생성의 조절이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일어나기 위한 작용이라는 것이다. 생물수학 연구에서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연구가 실험적인 현상이나 실제현상과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실제 실험가들이나 의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실제 생물학적인 시스템은 굉장히 복잡다양하기 때문에 수학적 혹은 물리적 접근이 용이한 것은 아니며, 실질적으로 수학적 방법 도입이 가능하고 의미 있는 부분은 아직 아주 적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수학이 안고 있고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 생물수학이라는 분야가 태어난 지 오래지 않으며, 최근 연구가 홍수 같이 범람하는 추세를 바라볼 때 분야 자체를 잘 정립하는 것과 방향성과 정체성 또한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라 하겠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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