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얻기 어렵고, 선택하기 어려운 선거판
마음 얻기 어렵고, 선택하기 어려운 선거판
  • 나종우
  • 승인 2012.12.1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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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열흘 남짓 남았다. 문자 그대로 사활을 건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의 선거판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우선 되고 보자는 식으로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그 것이 요행스럽게도 선거 당일 까지만 진위가 가려지지 않으면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불법선거라는 이유로 바뀐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진위가 곧바로 밝혀지니 유언비어적인 흑색선전은 많이 감소된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조건이 예전에는 맹장(猛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의 순서대로 가면 유능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예컨대 당선이 될 때까지는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맹장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지를 점령하는 승자가 되고, 임기 초,중반에는 지장이 되어 안정적 정치를 행하다가 임기 말에는 덕장이 되어 퇴임 후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을 생각하는 게 순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맹장, 지장, 덕장의 세 가지 모습을 함께 갖춘 인물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도자의 모습은 ‘나를 따르라’의 모습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당신이어야 합니다‘라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바뀌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선택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스스로 책임져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 후보자들도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어려워졌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중국고전인 『십팔사략(十八史略』보면 윗자리에 설 사람이 ‘ 적당한 사람이 아니면 반드시 백성들에게 재앙이 미친다(非其人 民受其殃)’ 고 했다.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는 인물들이 정말 적당한 사람들인가에 대하여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때론 혼란스러워 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세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후보자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얄팍한 지역감정에 호소하여 대권을 기대한다면 자격미달이라는 것을 알아야 된다. 선거와 지역감정의 문제는 상당히 인과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여러면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인들이나 정당들이 단순하게 선거의 승리만을 위하여 행여 지역감정을부추기거나 정치세력의 기반을 지역갈등의 심리적, 또는 사회 경제적 특성을 내세워 선거동원에 이용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후보자의 자질이 편협하지 않고 수평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가를 꼼꼼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유목민인 칭기즈칸이 몽골고원을 통일한 후 그가 정복한 땅은 777만 평방킬로미터에 이른다. 그 넓이는 알렉산더 대왕과 나폴레옹 히틀러 세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합친 것보다 넓었다. 쿠빌라이 시대에 이르면 동쪽으로 고려에서부터 서쪽 헝가리까지, 북쪽 시베리아로부터 남쪽 베트남 근방까지 쿠빌라이칸은 만주에서 페르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인류역사상 첫 해가 지지않는 제국의 출현이다. 그들이 이렇게 대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열린사회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살기 위해 위가 아니라 옆을 봐야 하는 수평마인드의 사회, 살기 위해 집단으로 이동해야 하는 사회가 유목사회이다. 그 속에서는 하루도 안주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끝까지 승부 근성을 놓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 그곳에서는 나와 다른 사람이 소중하다. 때로는 민족이, 종교가, 국적이 다르다는 것도 무시해 버려야 한다. 아니 다른 사람일수록 더욱 끌어들여야 한다. 사방이 트인 초원에서는 동지가 많아야 살아남고 적이 많으면 죽게 된다. 그런 사회에선 완전 개방이 최상 가치로 통한다. 모든 개인의 개방화는 사회전체로 확산된다. 그렇게 해서 그 사회는 출신이나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능력에 따라 무한 가능성을 보장하는 사회가 된다.

말로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가고자 하는 수평적 마인드를 지니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들이 실현가능한 정책비전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운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는 식으로 우선 가려운 곳만 긁어주겠다는 식의 공약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세우는 공약들이 정치권의 얄팍한 당리당략 술수는 아닌지, 미사여구(美辭麗句)는 아닌지, 되고 보자는 식의 혹세무민(惑世誣民)식의 말은 아닌지를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

사람들은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야 말로 축제중의 축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축제를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국민 모두가 기쁨과 희망의 축제로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위한 진정성과, 좋은 후보자를 선택하기위한 슬기가 필요할 때다.

<나 종 우(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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