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로 지역혁신을 해보자
이제, 진짜로 지역혁신을 해보자
  • 원도연
  • 승인 2012.12.11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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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이라는 말이 참값 없어진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선택과 집중, 성장동력, 선도사업 등등은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대표한 정책개념들이다. 이런 개념들의 밑돌이 된 말이 바로 혁신이었다.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지역혁신이라는 말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된 것이 R&D 사업이었다. 과거처럼 정부가 대기업을 이리저리 보낼 수 없는 형편에서 지역에 R&D 기반을 먼저 만들어 그 성과를 통해 기업을 유치하여 지역경제의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 그 핵심개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지역혁신의 R&D 사업들이 지역사회의 고용창출과 직접 연결되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R&D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제품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R&D는 계속 되어야 한다. R&D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와 지역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도입하여 2004년부터 시작되어 8년차에 이른 지금, R&D 중심의 지역혁신전략은 전면적인 평가와 재정립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연간 수천억원의 예산이 R&D 사업에 투입되지만 그 효과가 지역경제에 어떻게 피드백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리고 그 개선의 방향은 명백히 두 가지여야 한다.

첫째는 국가가 민족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해야할 R&D사업은 국가가 책임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혁신이라는 미명으로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기면서 마치 그것으로 지역발전의 할 일을 다 했다는 태도는 정말 곤란하다. 두 번째는 지역차원의 R&D 사업은 철저하게 지역경제의 체질과 특성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경제의 체질과 특성에 맞는 R&D 사업이란 지역내 중소기업의 기술애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름도 어려운 최첨단의 고급 R&D는 중앙정부가 하고, 지역내 중소기업이 느끼는 기술적 애로와 제품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진짜 우리들의 R&D 사업에 정부가, 지자체가 대학이 투자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유치와 최첨단전략산업의 육성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지역경제의 핵심적 목표지만, 이 두 가지 방향이 지역의 고용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확인되었다. 이제는 진정으로 지역의 내발적 발전을 위해 고개를 돌려야 한다. 1년에 만여명 이상 배출되는 전북의 대학졸업생들이 지역의 중소기업을 신뢰하고 인생을 한번 걸어봐도 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중소기업을 키우고 육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 종사자 수 30-60명 사이, 연간 매출액 300억~600억에 이르며, 이 상태로 약 4-5년 정도를 시장에서 버텨낸 지역내 중소기업은 진짜 조금만 도와주고 밀어주면 금방 성장할 수 있다. 이들의 기술적 애로를 해결하고 제품개발을 지원하고 경영컨설팅을 도우면 이들은 1-2년 사이에 고용과 수출로 지역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지역내 중소기업을 돕는데 굳이 첨단산업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적어도 그 정도의 규모로 4-5년을 버텨왔다면 그만한 내공이 있고 그만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굳이 여기서도 업종을 따지고 첨단 여부를 또 따진다면 지역경제의 자연스러운 생태계는 또다시 위협을 받는다. R&D도 거창한 과제가 아닐 수 있다. 섬유산업의 중소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다 좋은데 변색이 빨리되서 반품이 많다면, 변색을 방지할 수 있는 연구를 해주고, 다 좋은데 제품의 포장과 디자인이 시장에서 안통하면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식이면 된다.

자, 이제 그렇다면 이 일들을 누가 할 것인가. 정답은 고전적이지만 대학과 기업과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연합이다. 이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혁신의 스테이션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것이 전북도의 산학관 커플링 사업이다. 커플링 사업은 대학과 현장에서는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취업 선도형이라는 것이다. 취업을 먼저 전제하고 교과과정을 바꾸는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이다.

그 발상을 기업을 앞에 두어 중소기업을 강화시키고 그 힘으로 취업을 연계하는 방식의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를 해결하고 제품개발을 돕는 실질형 R&D를 개발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 가장 가까이 간 제도는 대학의 산학협력 프로그램 중 가족회사다. 그 가족의 개념을 대학과 기업에서, 이제는 지자체와 정부로 넓히는 시야의 확대, 정책의 확대가 있어야 한다. 2013년을 지역 중소기업의 해로 정하고, 우리가 기획하고 우리가 주도하고 우리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진정한 지역혁신을 이제는 한번 해보고 싶다. 진심으로.

원도연<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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