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23>계집의 입에서 단내가
가루지기 <423>계집의 입에서 단내가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1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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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73>

주모가 다시 한번 방문 앞을 흘끔 살피고는 돌아섰다. 먼첨 가제시씨요, 하고 인사를 챙기고 돌아서려던 음전네가 다시 사립을 닫아 걸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내 짚세기 어따 치워놨소?"

강쇠 놈이 음전네의 손을 끌어 앉히며 물었다.

"왜라우?"

"아까막시 본깨 주모가 자꾸만 방문 앞을 살피든디."

"부석에다 치워놨소. 헌디 어쩌제라우? 주막에 쪼개 가봐야쓰겄는디."

"안에서 다 들었소. 안 가면 더 이상허게 생각헐 것인깨, 댕겨 오씨요."

"미안시럽소. 나도 안 가고 싶은디. 그렇게라도 해야 쌀 되박이라도 얻어오제요."

"대신 이놈은 죽여놓고 가씨요."

강쇠 놈이 음전네의 손을 끌어다 사타구니 사이에 얹었다. 거시기 놈이 나 여?소, 하고 기척을 냈다.

"저녁에 죽이면 안 되까요?"

"그놈이 급허다고 안 허요. 죽여놓고 가씨요."

말끝에 강쇠 놈이 음전네를 끌어당겨 안았다. 이내 계집의 입에서 단내가 훅 풍겨 나왔다.

계집도 내심 살방아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거시기놈만 죽이면 되는 살풀이였다. 계집의 몸 속에 숨은 불씨를 찾아 살려내고 어쩌고 할 여유가 없었다. 다짜고짜 살방아부터 찧으려고 덤비는데, 계집이 눈을 햐얗게 까뒤집었다. 그것은 계집도 이미 제 몸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살려놓았다는 뜻이었다.

'흐기사, 내 거시기 놈이 보통 놈이 아닌깨. 어떤 여자건 한번 맛 보면 사죽을 못 쓰고 뎀빌 놈인깨.'

강쇠 놈이 빙긋 웃으며 부지런히 아랫녁을 깝죽거렸다. 계집의 반응을 살필 겨를도 없이 부지런히 방아를 찧는데도 계집 쪽에서 알아서 잘 화답해 주었다. 강쇠 놈이 누군가 또 올지도 모른다는 다급한 마음에 서둘러서 방아를 찧었는데도 방아고가 제 할일을 다 마쳤을 때는 계집은 잠시 넋을 놓고 있는 중이었다.

제법 담배 한대참이나 숨만 색색거리고 있던 계집이 눈을 뜨고 말했다.

"이년얼 어뜨케 허실라요? 이녁 없이는 잠시 잠깐도 못살겄는디,

이년얼 어쩌실라요?"

음전네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기어내려왔다.

"나넌 집도 절도 없는 놈이요."

"어디 깊디 깊은 산속에 들어가 화전이라도 일굼서 삽시다."

음전네가 눈을 반짝이며 달라 붙었다. 강쇠 놈도 문득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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