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전네가 신발을 직직 끌며 달려갔다.
"동상도 참, 식전이라니? 해가 중천이구만."
"잠얼 설쳤더니, 늦잠을 잤는갑소. 참말로 해가 중천이네."
음전네가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하늘을 흘끔 올려다 보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강쇠 놈이 보기에도 어딘가 어설퍼 보였다. 눈치 빠른 주모가 그런 낌새를 모를 리가 없었다.
"동상, 혹시 달거리 오는 것 아녀?"
"달거리라니요?"
"걸음걸이가 이상해 보여서. 꼭 달거리허는 여자같당깨. 어기적 거리며 걷는 폼이 첫날밤 치룬 새색시같기도 허고."
주모가 음전네를 위 아래로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성님도 참 별말씸얼 다허시요. 이년의 사정을 누구보담도 잘 아심서."
"동상의 사정을 잘 안깨 그런 소리럴 허제. 참말로 아무 일 없는 것이제?"
"없구만요."
"난 동상의 걸음이 이상허길래 정사령이 산삼이라도 쌀마묵고 온 줄 알았구만."
"산삼언 또 먼 소리다요?"
"아, 정사령이 그 물건으로는 평생가야 제 마누라의 생짜배기 밭을 갈아줄리도 없고, 산삼이나 묵었으면 또 모를까."
"성님도 참, 별 말씸얼 다 허시요. 그래, 먼 일로 오셨소?"
음전네가 사립을 열며 물었다.
"동상헌테 부탁헐 일이 있어서. 어떤 한량 놈이 내일 산내 골짜기로 화전놀이를 간다는디, 음석 장만을 부탁허네. 동상이 와서 좀 거들어 주어야겄구만."
"지가라우?"
"아, 동상이 음석 솜씨가 안 존가? 핑게 김에 동상도 화전놀이에 함께 가도 좋고. 어쩔랑가? 품삯은 섭섭치 않게 줄텐깨."
주모의 눈길이 음전네를 지나 방문 앞의 마루 밑을 살피고 있었다. 순간 강쇠 놈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토방 아래에는 분
명 제 놈이 신고 온 짚세기가 놓여있을 것이란 짐작 때문이었다. 평상시 음전네의 신발만 놓여있던 자리에 사내의 짚세기가 있다면 일단은 의심부터 하고 나설 판이었다. 어쩌면 정사령의 마누라 음전네가 딴 사내를 집안에 끌어들였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주모의 눈길은 별 다른 내색도 없이 이내 음전에 쪽으로 옮겨갔다.
"화전놀이까지는 그렇고, 음석 장만은 거들어 디려야제요. 늘 신세만 지고 사는디. 성님 먼첨 가 제시씨요. 소세 좀 허고 바로 따라갈것인깨요."
"고맙구만. 허면 기다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