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21>사내구실 못험서 껄덕댄다고
가루지기 <421>사내구실 못험서 껄덕댄다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1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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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72>

"쪼깨 얼얼허기는 해도 괜찮소. 헌디 멋이 거그럴 꽉채우고 있는 것 맨키로 기분이 요상시럽소."

"첨이라서 그런갑소. 두 번이나 씨럴 안 뿌렀소?"

"고맙소. 이녁 아니었으면 평생 사내가 멋인가도 모르고 살뻔했소."

그런 말을 하는 음전네의 눈이 문득 번들거렸다. 그 눈빛만으로도 강쇠 놈은 계집이 무엇을 원하는가 알 수 있었다. 계집은 지금 또 제 몸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불씨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사내가 그 불을 꺼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인의 심사를 눈치챘는지 거시기 놈이 슬며시 고개를 치켜 들었다. 강쇠 놈이 말없이 계집의 손을 끌어다 가지랭이 사이에 놓아주었다.

음전네가 귀밑을 붉히면서도 거시기 놈을 손 안에 넣고 가만히 움켜 쥐었다.

"요상시럽소. 탱탱하고 따뜻헌 이것이 여자를 그리 정신없그로 맹글다니. 이녁은 참 크기도 허요. 내 서방이란 작자보다 세 배는 크겄소."

"정사령 껏이야 크다가 말았제요. 내가 시방사 말허요만 운봉 인월 인근의 주모들이 정사령을 사람취급도 안 헙디다."

"그럴 것이요. 허는 행실을 보면 꼭 쥐새기 닥상이었소. 애먼 사람들 등이나 쳐 묵고 살았소."

음전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꼭 그래서가 아니라 사내구실도 제대로 못험서 껄덕댄다고. 사령도 벼실이라고 눈 부릎뜨고 뎀비면 속곳을 안 내려줄 수도 없는디, 막상 일을 치루려고 보면 문전만 더럽히고 만다고."

"이년도 아요. 인월 삼거리 주모 아짐씨도 그리 말헙디다. 몇 번 치마고름을 풀기는 했지만, 막상 살얼 섞지는 못했다고라우."

말끝에 음전네가 거시기 놈을 꽉 움켜쥐었다. 거시기 놈이 부드러운 손길에 화답이라도 하듯 두어 번 움죽거려 주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음전네, 음전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로 보아 삼거리 주막의 주모가 분명했다.

"저 아짐씨가 먼 일이까? 평생 가야 내 집에는 발걸음 한 번 안 했는디."

음전네가 당황하여 얼른 몸을 일으켰다.

"이상헌 눈치 보이지 마씨요이."

강쇠 놈이 음전네의 등 뒤에 대고 나즈막히 말했따.

음전네가 흘끔 돌아보고 방을 나갔다. 강쇠 놈이 얼른 일어나 문구멍에 눈을 가져다 대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그때까지 사립도 열지 않았던지 주모가 사립 밖에서 기웃이 얼굴을 디밀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식전부텀 아짐씨가 지 집에는 먼 일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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