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20>궁합도 딱 맞는디
가루지기 <420>궁합도 딱 맞는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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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70>

아으응. 계집의 입에서 암내 난 암고양이의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강쇠 놈이 마지막 힘을 다하여 방아고를 움직였다. 다시 한번 거시기 놈이 뽑히는 듯한 기운이 아랫녁을 흘러갔다. 사내가 두 다리를 쭉 뻗는데, 계집의 고개가 한 쪽으로 꺾였다. 인자 이놈도 지쳤소, 하는듯이 거시기 놈이 잔뜩 웅크린 모습으로 확을 빠져 나왔다.

달콤한 잠이 사내의 눈꺼풀 위로 쏟아졌다. 시간이 그만큼 흐른 것일까, 아니면 정신 없는 닭이 있었던가? 멀리서 꼬끼오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자, 잠이나 자자. 헌디, 이 계집을 어뜨게 허제? 물건도 새 것이고, 궁합도 딱 맞는디, 지리산 속에라도 들어가 함께 살자고 허까?'

그런 생각이 잠시 강쇠 놈의 머리 속을 흘러갔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서방 놈이 명색이 관물을 먹는 관아의 사령인 것이었다. 제 마누라가 천하의 잡놈과 아랫녁을 맞추고 도망을 쳤다면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덤빌 것이었다. 계집의 아랫녁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제 목숨까지 바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낌새를 봐가면서 며칠간 적당히 데리고 놀다가 지쳐 쓰러져 잠 든 사이에 삼십육게 줄행랑을 놓으면 될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강쇠 놈이 한 숨 달게 자고 일어나 이불 속에서 뭉기적거리고 있는데, 음전네가 무명수건에 물을 적셔가지고 들어왔다.

"해가 중천에 떴소."

음전네가 수줍게 웃으며 옆구리 쪽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펄쌔 그리 되었소? 깨우제 그랬소?"

강쇠 놈이 누운 채 눈으로만 올려다 보며 대꾸했다.

"하도 달게 주무시길래 안 깨왔소. 아쉰대로 얼굴이나 쫌 닦읍시다."

음전네가 물수건으로 강쇠 놈의 얼굴이며 목덜미를 가만가만 닦아냈다. 그런 계집의 불그죽죽한 얼굴이 선녀처럼 예뻤다. 수많은 계집들과 밤을 새워보았지만, 살 섞은 계집들이 예뻐보이기는 또 처음인 강쇠 놈의 가슴이 살큼 두근거렸다.

"시방 본깨 아짐씨가 겁나게 이쁘요이."

"아심찬허요. 이뿌다고 해줘서. 서방이란 작자는 한번도 그런 말얼 안 했는디."

음전네가 얼굴을 붉히며 배시시 웃었다. 촌아낙들의 누리팅팅한 이빨과는 달리 음전네는 쌀알처럼 하얀 이를 가지고 있었다.

"입 속도 이쁘고."

"호호, 별 것이 다 이쁘요이."

"이쁜깨 이쁘다고 글제요. 헌디 안 아프요? 여자가 첨으로 사내를 겪고나면 며칠간언 아프다고 글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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