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19>흐메, 미치겄는 것
가루지기 <419>흐메, 미치겄는 것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9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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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9>

"탈언 먼 탈이 난다요?"

"정사령이 느닷없이 들이닥치지는 않소?"

"그때 이녁허고 함께 갈 때 얼굴 봤응깨, 서너달언 있어야 올 것이요."

"밤늦게는 안 오요? 아짐씨가 걱정이 되어서라도 종종 올 것같은디."

"그 동안에는 그런 일이 없었소. 어쩌다 와도 주막에나 들렸다 가제, 집에는 코빼기도 안 비칠 때가 많았소. 허니, 걱정허지 말고 지내씨요. 밖에만 안 나가면 내 집이 동네허고도 떨어져 있어서 소문이 날 일도 없을 것이요."

"흐흐흐, 알만허요."

"멀 알만허요?"

음전네가 아랫녁을 서너차례 움죽거리면서 물었다. 순간 어? 어? 요것봐라, 하는 생각이 강쇠 놈의 머리 속을 흘러갔다. 계집이 그러는데 나몰라라할 수도 없었다. 거시기 놈이 제가 먼저 알고 화답을 해주었다.

"대단헌 남정네요이. 주모가 그러는디, 사내들은 한번 허고 나면 얼매간언 요놈이 팍 죽어있다고 글든디. 이녁언 안 그요이."

"아짐씨가 존깨 글제요. 요놈이 비록 외눈백이지만 볼 것언 다 보고, 알 것언 다 아요. 오널 첨 만냈지만, 요놈도 아짐씨가 존깨 그요. 어뜻소? 기왕에 뚫린 구녕인깨 한 번 더허끄라우?"

"맴대로 허시씨요. 절에 스님이 고기맛얼 보면 절간에 빈대새끼가 안 남아난다고 했소. 인자사 제우 그 재미럴 알았는디, 해도해도 안 물릴 것 같소."

음전네가 입으로 단내를 푹푹 풍겼다. 주막계집들은 몸이 뜨거워지면 입에서 고린내를 풍기는 년들이 많았는데, 음전네는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그만큼 사내를 모르는 계집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강쇠 놈이 음전네의 귓부리를 입술로 물고 혀끝을 놀리다가 혀를 귓속으로 집어넣고 좌우로 뱅뱅 돌렸다.

"흐메, 미치겄는 것."

음전네가 아랫녁을 꽉 오무리면서 비명을 내질렀다.

'흐흐, 여그도 모탯불가구만. 쪼깨만 깔작거려도 불길이 확 솟는구만이.'

강쇠 놈이 싱긋 웃다말고 계집의 몸 곳곳에 숨은 불씨를 찾아 쏘삭였다. 그때마다 게집의 몸에서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계집이 지핀 불씨에 제 몸까지 활활 탄다고 느낀 어느 순간이었다. 계집이 두 다리로 사내의 두 다리를 감싸 안는가 싶더니, 거시기 놈이 뽑혀 나가는 듯한 감촉이 온 몸을 흘러가는가 싶더니, 미처 발가락을 오무리고 뒷구녕을 닫을 사이도 없이 거시기 놈이 게거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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