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18> 으으윽하고 비명을
가루지기 <418> 으으윽하고 비명을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9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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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8>

사내의 말에 계집이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쇠 놈이 방아고를 천천히 높이 들어올렸다가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러기를 예닐곱 번 되풀이 하고 나자 계집이 아랫녁을 좌우로 움직였다. 그것은 사내의 몸짓에 아쉬움을 느낀다는 뜻이었다. 그걸 모를 잡놈이 아니었다. 잡놈은 계집의 숨소리며, 눈빛이며 몸짓 하나에도 계집의 속내를 읽어낼 수 있었다.

계집의 그런 속내를 눈치 챈 사내의 몸짓이 빨라졌다. 방아고를 올릴 때는 빠르고 높게 올리고 내리 찧을 때는 천천히, 세 번은 얇게, 그리고 한 번은 깊게, 방아확의 이 쪽 저 쪽을 골고루 찧어주었다. 사내 놈의 몸짓이 점점 빨라지던 어느 순간이었다. 거시기 놈이 나 죽소, 하고 게거품을 무는데, 계집이 으으윽하고 비명을 내지르면서 두 다리를 쭉 뻗었다. 강쇠 놈이 제 놈도 어쩔 수 없이 어어억하고 비명을 내지르고 계집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계집의 두 다리가 푸들푸들 떨리더니, 푸륵거리는 움직임이 무릎을 거쳐 사타구니로, 배꼽을 거쳐 가슴까지 치밀고 올라왔다. 한참을 경기들린 아이처럼 떨던 계집의 움직임이 멈추고 잠시 고요가 흐른 다음이었다.

계집의 입에서 아, 하고 나즈막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괜찮소?"

강쇠 놈이 게거품을 물고도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있는 거시기 놈을 두어 번 움직이며 물었다.

"내가 시방 살았소? 죽었소? 여그가 어디요?"

"죽었다가 살아났소."

"내가 참말로 살았소? 여그가 내 집 안방이 맞소?"

"맞소. 아짐씨도 인자본깨 대단헌 여자요이. 그동안 어뜨케 참았소? 구녕만 안 맥혀있었으면 닳고 닳은 계집인 줄 알 겄소. 내 거시기 놈이 아짐씨의 맥힌 구녕얼 직접 뚫었응깨 믿제, 안 그랬으면 천하의 잡년인 줄 알았겄소. 그나저나 정사령이 참으로 불쌍허요."

"그 자구가 왜 불쌍허요."

"아짐씨처럼 존 여자럴 두고 어만 여자럴 탐허고 댕긴깨 말이요."

"그 사람 얘기넌 허지 마씨요. 오래전부텀 내 서방으로 안 여기고살아왔소. 초례상 앞에서 절허고 내 쪽도리럴 벳겨준 사낸깨, 헐 수 없이 사는 것이제, 내 맴에서 남된지 오랜 사람이요."

"백년가약얼 맺았으면 그래도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꺼정 살아야제 어쩌겄소? 인자넌 구녕도 뚫렸응깨, 아랫녁 송사도 헐 수 있을 것이 아니요? 그나저나 내가 아짐씨허고 이러고 있어도 탈이 없으까요?"

잠시 쉬었다고 기운을 차리고 일어난 거시기 놈을 두어 번 움직이며 강쇠 놈이 계집을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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