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15>얼렁 빼씨요 아파서 죽겄소
가루지기 <415>얼렁 빼씨요 아파서 죽겄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5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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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5>

"쪼깨만 참으씨요. 인자부터 극락얼 보여줄 것이요."

강쇠 놈이 속삭였으나 음전네는 입술을 악문채 고개만 절레절레 내젓고 있었다.

"어쩐디야. 이 일얼 어쩐디야. 흑흑흑."

음전네가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언젠가 머슴 살던 주인 집의 찬모 계집을 광방으로 불러내어 첫 살송사를 벌일 때처럼 음전네가 흑흑흑 울음을 우는 것이었다.

"많이 아팠소? 정사령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참말이었던개비요이."

그리 중얼거리다 보니까 강쇠 놈은 자신이 정말 음전네의 길도 안 난 물길을 뚫었는가 의심이 들었다. 거시기 놈이 비록 기운이 장사라고는 하지만, 물구멍을 뚫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빼씨요, 얼렁 빼씨요. 아파서 죽겄소."

음전네가 끙끙 앓으며 몸부림을 쳤다. 계집이 그런다고 예, 그럽시다, 하고 그만 둘 사내 놈이 아니었다. 그럴수록 계집의 아랫도리를 두 다리로 휘감고 거시기 놈만 움죽거려댔다.

"아으, 아으. 아프요. 아파서 못 참겄소."

계집이 두 손으로 사내의 등짝을 긁다가, 가슴을 밀어내다가, 그래도 꿈쩍을 않자 이번에는 흑흑흑 흐느껴 울며 사정을 했다.

"쉬었다 헙시다. 쪼깨만 쉬었다 헙시다. 큼직헌 몽둥이겉은 것이 목구녕을 치받고 올라오는 것 같애서 숨이 맥히요. 참시만 쉬었다 헙시다. 제발 적선에 나 쪼개만 살려주씨요."

계집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꺽꺽꺽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계집의 말대로 쉬었다하면 다시 한번 계집과 쓸데없는 실갱이를 벌여야할지도 몰랐다. 밤이 무작정 긴 것도 아니었다. 또 한 아무리 제 물건이라는 하나 거시기 놈한테도 못할 짓이었다.

"나도 아짐씨 말대로 쉬었다 허고 싶소. 헌디 이놈이 싫다요. 이 놈이 싫다고 고개럴 안 내?소. 쪼깨만 참아보씨요. 아까넌 아팠제만 시방부텀언 극락얼 보게 될 것이요."

강쇠 놈이 계집의 귓가에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거시기 놈을 움죽거렸다. 그때마다 계집이 아프요, 아프요, 하면서 신음을 내뱉았다.

"내가 보기에넌 아짐씨도 사내럴 싫어허는 것 같지는 않은디, 외려 다른 계집들보담도 뜨거운 몸뎅이를 가지고 있는디, 정 사령 그 사람이 참으로 윗기는 작자요이. 인월 운봉 인근의 주막 계집들치고 정사령의 거시기 구경을 안 헌 계집이 없는 개비든디, 막상 제 계집은 생짜배기로 팽개쳐 논 것얼 본깨, 겁나게 윗기는 사내요이."

거시기 놈을 잠시 멈추어 놓고 강쇠 놈이 씨부렁거렸다. 그러자 계집도 통증을 잊었는지 입을 나불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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