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12>살이 찢긴드시 아프요
가루지기 <412>살이 찢긴드시 아프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4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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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2>

'흐따, 이 년이야 말로 천하의 잡년이 아닐랑가?'

그런 생각이 또 강쇠 놈의 머리 속을 흘러갔다. 그런 계집은 또 처음이었다. 사내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몸을 떠는 계집은 처음이었다.

'이 년이 시늉으로만 그러는 것은 아닐랑가? 어쩌면 제 서방놈과 짜고 나럴 허방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랑가?'

또 그런 의심이 스쳐갔다. 어쩌면 제 서방 정사령 놈이 일 년에 서너번이나 다녀갈까말까하다는 계집의 말은 거짓일지도 몰랐다. 정사령 놈은 밤마다 제 집구석을 찾아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제 마누라를 시켜 그럴듯한 사내를 방안으로 끌어들여놓고 한참 일을 벌일 때에 창끝을 들이대고 돈보따리를 털어 먹고 살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쇠 놈의 머리를 짓눌렀다.

그렇지 않다면 도무지 음전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 입으로는 사내를 처음 겪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으면서 사내 몸의 불씨를 찾아내어 갉작거리는 것도 그렇고, 사내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흠칫흠칫 반응하는 것도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다말고 강쇠 놈이 손으로 음전네의 배를 쓸어내리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풀섶 사이 옹달샘 가운데서 멈추었다. 제 말대로 사내를 처음 겪는 것이라면 옹달샘 가운데 물구멍이 막혀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딱 두 번인가 세 번 물구멍이 막힌 계집을 상대한 일이 있었다. 그 때 계집들은 가시에라도 찔린듯이 아얏 비명을 내질렀었다. 음전네 역시 길이 나지 않은 물구멍이라면 아픔은 있을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쇠 놈이 가운데 손가락을 물구멍 가운데로 천천히 디밀었다. 손가락 세 마디가 막 들어갔을 때였다. 음전네가 엉덩이를 풀썩 들어올리며 아, 하고 신음을 내뱉았다. 그것은 분명 구름을 타느라 즐거워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저도 모르게 내지르는 소리가 분명했다.

"왜 그요?"

"아프요. 살이 찢긴드시 아프요."

"참말이요? 그 말이."

"이녁은 맨날 속고만 살아왔소. 얼릉 손얼 빼씨요."

음전네가 목소리까지 싸늘하게 변하여 말했다. 강쇠 놈이 서둘러 손을 빼냈다.

"미안시럽소. 정사령과 첫날밤도 제대로 못 치뤘다는 아짐씨의 말이 맞는갑소. 첨에는 다 그런 것이요."

"한번도 사내 물건을 안에꺼정 받아 본 일이 없소. 술에 취헌 서방님이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내 속곳을 벳기기는 했소만, 자기 물건을 내 속에 넣어 본 일언 없소. 넣을라고 용을 쓰다보면 그놈은 뻔데기가 되고 말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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