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11>가지랭이 사이 음습한 옹달샘
가루지기 <411>가지랭이 사이 음습한 옹달샘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3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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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1>

"누가요?"

"여자들이요."

"여자들을 많이 만냈는갑소이. 삼거리 주모 말이 팔량재 너머에서는 유명짜헌 난봉꾼이라고, 어떤 여자건 이녁얼 한번만 겪으면 안 떨어질라고 용을 쓴다고 글던디, 참말인갑소이."

"백 명은 넘을 것이요. 내가 살보시 해 준 여자가."

"그렇게나 많아요? 그러고도 몸이 어뜨케 견딘다요? 색을 밝히는 사내치고 제 명대로 사는 사내가 없다고 글던디."

"색을 안 밝혀도 사람언 어채피 때가 되면 죽게 되어있소. 죽는 것이 무서워서 무궁진진헌 재미도 못 보고 산다요? 난 그렇게 살기는 싫소. 헐 수만 있다면 날마다 새계집을 품고 계집의 거시기 속에 내 거시기를 담가놓고 살았으면 싶소."

"천하의 잡놈이라는 주모의 말이 맞는갑소."

음전네가 킬킬 웃었다. 그때마다 가슴봉우리가 흔들리면서 두 개의 꼭지로 강쇠 놈의 뒷목덜미를 두드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엉덩이께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아짐씨는 가만히 계시씨요. 내가 다 알아서 헐 것인깨, 극락이 요런 것이다허고 보여줄 것인깨, 가만히 있으씨요."

방으로 들어와 음전네를 이미 깔려있는 이불 위에 눕히면서 강쇠 놈이 말했다.

"흐기사, 멀 어떻게 해야허는 것인 줄도 모른깨, 이녁이 허는대로 따라허는 수백이 없소, 내가."

"알았소. 허면 시방부터 우리 두 사람 극락에 한번 가봅시다이. 눈을 감으씨요."

강쇠 놈이 그렇게 일러놓고 손끝에 정신을 집중하여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내려갔다. 그러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어떤 부분에서 몸을 흠칫하기 마련이었다.

숱한 계집들을 만나오는 사이에 강쇠 놈은 계집들의 숨은 불씨를 찾아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어떤 계집은 귓부리가 불씨였고, 어떤 계집은 귀밑 목덜미가 불씨였으며, 또 어떤 계집은 겨드랑이 밑 다박솔 사이에 불씨를 숨겨놓고 있기도 했다.

물론 대부분의 계집들은 가슴의 두 봉우리나 가지랭이 사이 음습한 옹달샘에 불씨를 숨기고 있었으나, 그곳 말고도 따로 불씨를 숨기고 있는 곳은 많았다.

그런데 음전네는 좀은 특별한 계집이었다. 몸 곳곳이 모두가 불씨인 것이었다. 강쇠 놈의 손이 귓부리를 만지면 아, 하고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흠칫 떨었고, 목덜미를 더듬으면 또 아, 하고 신음을 내뱉았다.

그렇다고 사내가 듣기에 좋으라고 억지로 내는 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그걸 모를 강쇠 놈이 아니었다. 몸 따로 입 따로 노는 계집은 분명 아니었다.

음전네의 몸은 하나의 불덩이였다. 손이 가는 곳 마다 불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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