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10>음전네 몸은 불씨였다
가루지기 <410>음전네 몸은 불씨였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3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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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60>

"겁나게 따뜻허요. 물도 겁나게 나왔소. 그만 씻고 방으로 들어갑시다."

"그럽시다. 내가 시방 멀 허는 짓인가를 모르겄소. 하늘에서 벼락이 내릴 일인디, 벼락을 맞아 죽을 일인디, 내가 왜 그랬는가를 모르겄소. 주모헌테 이녁이 대단헌 사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두 번 죽었다가 살아나본깨 허리를 못 쓰겠더라는 말을 듣고부터 내 몸이 펄펄 끓었소. 해질녁에 주막에서 이녁을 본 담부터는 내가 꼭 무엇에 홀린 듯이 내 정신이 아니었소."

"아짐씨허고 나허고는 전생부터 먼 인연이 있었는갑소. 사실언 정사령헌테 보개피럴 헌다고, 나헌테 모질게 군 것을 되갚는다고, 그 빚얼 갚는다고 아짐씨를 찾아왔는디, 어쩌면 저녁에 아짐씨헌테 살보시 한번 제대로 헐 것 같소."

"살보시요?"

언제 준비했는지 음전네가 깨끗한 무명수건으로 강쇠 놈의 몸을 골고루 닦아주며 물었다.

"보시 중에서도 살보시가 젤로 나신 보시라고 그럽디다. 수건 좀 줘보씨요. 아짐씨는 내가 닦아주겄소."

뺏다시피 수건을 나꾸어 챈 강쇠 놈이 정성스레 음전네의 몸을 닦아냈다. 수건이 지나갈 때마다 음전네가 어지럽소, 어지럽소, 내가 왜 이런가 모르겄소, 하며 몸을 떨었다. 어쩌면 음전네의 몸은 모두가 불씨였다. 강쇠 놈은 그걸 알고 있었다.

"내 등에 업히씨요. 엎드리면 코달덴디, 들자마자 벗어야헐 판인디, 옷을 입을 것이 있겄소. 그냥 방으로 들어갑시다."

강쇠 놈이 바지며 저고리를 둘둘 말아 들고 음전네 앞에 등을 내밀었다.

"내 발로 갈라요."

음전네가 사양했다.

"업히씨요. 나 아니면 누가 아짐씨를 업어준다고 허겄소."

"흐긴, 그렇소."

음전네가 다소곳이 강쇠 놈의 등에 업혔다. 등짝과 엉덩이 부분이 유난히 따뜻했다. 그만큼 음전네의 불씨가 그곳에 모여있다는 뜻이었다.

"이녁의 거시기가 겁나게 뜨겁소이. 사내들의 거시기는 다 이렇게 뜨겁소?"

음전네가 강쇠 놈의 가슴에 솟은 작은 돌기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강쇠 놈은 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안 그런체 하면서도 계집이 사내의 불씨가 숨은 곳을 정확히 찾아내어 쏘삭이는 것이엇다. 거시기 놈 말고는 거그가 내 불구덩인 줄은 어찌 알았으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니요. 안 그런 사내도 많소. 거시기라고 다 같은 거시기는 아니제요. 내 껀 쪼깨 특별나다고 그럽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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