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08>내 껏이 쪼깨 크기는 크요
가루지기 <408>내 껏이 쪼깨 크기는 크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2.0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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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58>

"시원했는가 안 시원했는가 내가 어찌 알겄소. 첫날밤도 제대로 치루는둥 마는둥허고 독수공방을 허다시피 살았는디요."

"멋이라고요? 그 말이 참말이요?"

강쇠 놈이 불쑥 소리를 높였다. 그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인월 삼거리 주막의 주모년이나 운봉 주막 주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유난히 계집을 넘정거리는 정사령이라고 했지 않은가?

연장은 시원치 않았지만, 인근의 주모들치고 그 놈 살몽이둥이를 모르는 계집이 없다고 했지 않은가? 그런데 막상 제 계집은 첫날밤도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니, 그럴 수가 없는 것이었다.

늙은 머슴들의 말로는 여자가 얼굴만 예쁘다고 사내를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떤 여자는 첫날밤부터 서방한테 등돌림을 받는다는 말은 들어 본 일이 있지만, 계집에 이골이 난 강쇠 놈의 눈으로도 음전네는 색기가 줄줄 흐르는 계집이었다. 그런 계집을 나몰라했다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이녁헌테 멀 얻어 묵겄다고 그짓말을 하겄소? 돌아 앉으씨요. 뒤넌 다 씻었소."

음전네가 물 두어바가지를 좍좍 끼얹으며 말했다.

"때가 겁나게 밀리제요? 목간얼 언제했는가 가물가물허요."

강쇠 놈이 몸을 돌리며 히히히 웃었다.

"그랬는갑소. 까마구가 보면 아자씨, 아자씨 했겄소."

음전네가 킬킬거렸다.

"왜 웃소?"

"그냥 웃음이 나오요. 난생 첨보는 이녁헌테 목간을 시키는 내가 웃읍소."

"그래서 내가 귀신에 홀렸다고 안 허요. 빡빡 문질러 보씨요. 헌디, 첫날밤도 제대로 못 치뤘으면 사내 생각도 별로 안 났을 판인디, 멋땜시 비암 꿈얼 꿨다요?"

"사람살이의 오묘헌 이치를 내가 어찌 알겄소? 때가 되면 꽃이 피고, 세월이 가면 밤송이가 벌어지는 것 허고 멋이 다르겄소?"

"사내가 간절히 그리운 적도 있었소? 이놈으로 얻어맞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도 있었소?"

강쇠 놈이 음전네의 손 하나를 끌어다 제 물건 위에 놓아주었다.

그것을 잠시 손아귀에 넣었던 음전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웬 한숨이요?"

"주모의 말이 사실이요이. 수십 수백 사내를 당해낸 자기도 첨에는 아랫녁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고 그럽디다."

"내 껏이 쪼깨 크기는 크요. 주모의 말이 틀리지는 안했을 것이요."

"이 놈얼 달고 댕기느라 무거웠겄소. 흐기사 주모 말이 이놈이 이녁의 보물이라고 헙디다만. 이놈만 잘 간수허고 댕기면 묵고 살 일언 걱정허지 않을 것이라고 헙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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