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후보의 슬로건 정치학
7인 후보의 슬로건 정치학
  • 박기홍기자
  • 승인 2012.11.29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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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의 카피는 백 마디의 웅장한 연설보다 설득력이 있다. 이미지가 실체를 압도할 수 있는 감성정치의 시대로 갈수록 짧고 강한 구호는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18대 대선은 ‘슬로건의 격전장’이다. 후보들의 지향점이 투영된 함축된 구호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촉발하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29일 전북도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인 유세전이 시작된 가운데 각 대선 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점검하고 이달 30일부터 동사무소 업무대행을 통해 도내 5천727곳에 부착할 예정이다. 이날 미리 본 선거 벽보를 분석한 결과 여야 정당후보와 무소속 후보들은 저마다 함축된 구호로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강조하고 있다. 점입가경의 전투씬을 방불케 하는 후보들의 함성 대결에서 ‘준비’와 ‘여성’에 방점을 찍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는 셈이다. 전북선대위는 “복지와 사회보장 제도의 기틀을 놓은 세계 10위권의 북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모두 여성”이라며 “어머니와 같은 자기희생적 리더십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란 구호를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해 사람이 먼저인 세상,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가 숨 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후보의 철학이 녹아 있다. 민주당 전북선대위는 “권위를 내려놓고 일방주의도 내려놓고 늘 국민과 나란히 동행하겠다는 문 후보는 준비, 헌신, 변화, 안정, 소통, 통합, 청렴 등 7개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후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함께 살자 대한민국’을 강하게 내걸었다.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출마해 노동자와 서민의 삶의 질을 올려야 한다는 이 후보의 외침을 한 마디에 농축한 것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의 투쟁, 현대차 고공농성 투쟁의 구호이면서 농민과 서민의 삶의 요구를 반영한 말이라는 설명이다.

무소속 박종선 후보는 가장 긴 구호를 내걸었다. ‘후진국에서 탈피하여 선진국으로 가자!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로 가자! 부정부패를 못하는 선진국을 만들자!’는 51자에 이른다. 노동자 대통령을 표방한 무소속 김소연 후보는 ‘우리의 정치’를 벽보 중단에 굵직하게 써넣었다. 불안·경쟁·차별·환경파괴·전쟁을 낳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정치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무소속 강지원 후보는 ‘하늘이 내린 선거 혁명, 위대한 기적’을 캐치프레이즈로 앞세웠다. 잘못된 선거문화를 확 뜯어고쳐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로 해석된다. 무소속 김순자 후보는 ‘좌파의 시대, 다른 노동 다른 정치 다른 세상’을 강조했다. 일자리와 소득 삶을 보장하는 사회, 모두가 누리는 공공 복지·보편 복지 등의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편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벽보나 현수막을 찢거나 떼어버리고 낙서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박기홍기자 khpark@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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