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06>속곳은 멀라고 입는다요
가루지기 <406>속곳은 멀라고 입는다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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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56>

강쇠 놈이 머뭇거리자 음전네가 아, 멋허요? 이러다가 날 새 뿔겄소, 하며 사내의 가슴에서 저고리 고름을 툭 풀었다. 바지는 강쇠 놈이 스스로 벗었다.

"쭈글트리고 앉으씨요."

사내가 맨 몸이 되자 음전네가 바가지로 물을 퍼 등짝에 끼얹었다.

"흐메, 뜨건 것. 찬물허고 섞어서 뿌리씨요. 등짝이 다 벳겨져 뿔겄소."

"사내가 겁도 많소. 이까짓 것이 뜨겁다고 엄살이나 부리고."

음전네가 문득 킬킬 거렸다.

"어? 아짐씨, 시방 웃었소?"

어차피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한 강쇠 놈이 음전네의 바가지 든 손을 꽉 움켜잡았다. 손만 잡았는데도 계집의 몸이 흠칫 떨었다. 어쩌면 하는 짓거리와는 달리 음전네는 지금껏 정사령 한 사내만 바라보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강쇠 놈의 머리를 스쳐갔다.

사내한테 닳고 닳은 계집이라면 손 좀 잡았다고 몸을 떨리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면 계집의 몸 전체가 불씨일 수도 있었다. 사내에 허기진 계집일 수록, 사내를 밝히는 계집일수록 사내들과 손끝만 스쳐도 몸을 움찔거리고 아랫녁을 적시기 마련이었다.

'이 계집은 어떤 게집일까? 열부일까? 요부일까?'

강쇠 놈이 혼자 생각하다가 고개를 쳐들고 음전네를 올려다 보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두 눈만이 부옇게 반짝이고 있었다.

"기왕 이리된 것 아짐씨도 함께 헙시다. 둘 다 깨깟헌 몸으로 허면 그 재미가 더 오감질 것이 아니요.'

말끝에 강쇠 놈이 옷 위로 계집의 몸을 더듬어 내렸다. 가슴의 두 봉우리를 거쳐 배꼽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배꼽 아래 한 뼘 부근에서 손가락을 지긋이 눌러 보았다. 몸을 조금 뒤틀기만 했을 뿐, 사내의 손이 바로 화덕가에 놓였는데도 음전네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나넌 아까막시 했는디, 주막에서 오자마자 목간부텀 했는디."

음전네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낌새로 중얼거렸다.

"흐따, 목간 한번 더헌다고 몸이 닳는다요? 함께 헙시다. 아짐씨가 안 헌다면 나도 안 헐라요."

강쇠 놈이 되지도 않은 고집을 부리면서 음전네의 가슴에서 치마끈을 풀어냈다. 치마자락이 망설임도 없이 밑으로 흘러내렸다. 음전네는 속곳도 입지 않고 있었다.

"어? 이 아짐씨 좀 보게. 나럴 잡아 묵을라고 단단히 작정을 했는개비네."

"잠자리에 속곳은 멀라고 입는다요? 빨기만 귀찮제. 이녁얼 생각허고 벗고 있었던 것은 아닌깨, 김치국 마시지 마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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