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05>사정없이 흔들리는 엉덩이
가루지기 <405>사정없이 흔들리는 엉덩이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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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55

'흐참, 윗기는 여자구만. 다 늦게 빨래럴 나서는 것도 그렇고, 지집 앞두고 먼데꺼정 가는 것도 요상허구만이.'

강쇠 놈이 저 계집을 어찌할까 궁리하며 침을 꿀꺽 삼킬 때였다.

자박자박 걸어오던 발소리가 바로 옆에서 멈추었다.

"이보시요? 넘의 집 앞에서 멋허시요? 보아허니, 나럴 찾아 온 사람겉은디."

아낙이 나즈막하나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강쇠 놈이 기웃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짐씨가 정사령 나리의 안 사람이 맞소?"

"맞소. 나럴 찾아온 것이 아니었소?"

아낙이 수줍은 기색도 없이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댁얼 찾아 온 것언 맞소만, 그걸 어찌 알았소?"

"방안에 앉아서도 댁이 다리깐에서 소피보는 것이 훤히 다 보입디다. 넘의 집 앞에서 이럴 것이 멋이다요? 나헌테 볼 일이 있으면 따라오씨요."

아낙이 돌아서서 제 집 쪽으로 걸어갔다.

'보통계집이 아니구만이. 제 서방이 사령이라는 핑게로 위세깨나 떰서 살 계집이구만이.'

강쇠 놈이 중얼거리며 사정없이 흔들리는 계집의 엉덩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시기 놈이 또 기척을 냈다.

내가 이것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언 아닐랑가 모르겄구만이, 하고 생각하며 강쇠 놈이 아낙을 멀치감치 따라갔다. 가다가 보는 사람이 없는가 뒤도 돌아보면서 따라갔다.

"아까막시 주막에서 보았을 때부터 댁이 나럴 찾아올 줄 알았소."

제 집 사립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계집이 말했다.

"흐따, 귀신이요이. 입도 벙긋 안 했는디, 넘의 속얼 다 알아뿐지고."

"아자씨야말로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디, 내 속을 알고 안 찾아왔소? 저녁은 주막에서 묵었을 것인깨, 우선 목간부터 허씨요."

사립을 안에서 닫아 건 음전네가 빤히 바라보았다.

"목간얼 허라고요?"

숱한 계집과 아랫녁을 맞추었지만, 목간부터 하라는 계집은 또 처음이라 강쇠 놈이 눈을 크게 떴다.

"구린내 풍기는 사내는 품기가 싫소. 따라 오씨요."

음전네가 앞장을 서서 뒤곁으로 돌아갔다. 거기에 평소 게집이 목간을 하는 곳인듯 측간같은 목욕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더운물과 찬 물이 반반씩 물통에 담겨 있었다.

"흐따, 참말로 내가 오기럴 기다리고 있었는갑소이."

"내가 사내를 보는 눈은 귀신이요. 얼릉 옷이나 벗으씨요."

"흐참, 내가 이런 꼴언 또 첨인디. 여자 앞에서 목간을 하기는 첨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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