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대선 2라운드가 새로운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마냥 기쁜 일만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왜냐하면,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거라는 통합의 효과가 상당부분 제한적 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사퇴의 기자회견에서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분명하게 선언했지만 그간의 후보단일화 과정이 대타협이 아닌 전격적인 ‘중도사퇴’라는 형식으로 이른바 포장된 양보를 선언하였기에, 국민과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아름다운 후보 간 유기적 결합’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 그 결과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 2라운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분오열되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즉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 마련의 핵심이 정책이고 공약일 수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대선을 2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겨우 대진표가 확정된 만큼 후보통합이라는 이슈에 묻혀 활성화되지 못했던 정책적 비전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더욱 필요할 뿐이다. 이를 통해 작게는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들을 통합하고 크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대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적 대처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선 2라운드의 또 다른 딜레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들이 큰 틀에서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히려 방해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예컨대 두 후보는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즉 정치쇄신에서도 양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 국회의원 공천 국민참여경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양 후보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양당의 후보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억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재벌총수 경제범죄 형량강화 등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즉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리겠다는 ‘늘·지·오’와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즉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법정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만·나·바’로 요약되는 일자리 정책 아젠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금지, 최저임금 인상, 법정정년 60세 연장, 기업의 근로자 해고요건 강화 등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복지강화를 위한 공약에도 양당 후보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인복지 분야의 경우 박근혜 후보가 월 20만원의 ‘노인연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고 문재인 후보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2배 인상하겠다는 방법론상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암·심혈관·뇌혈관·희귀 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100% 책임을 약속했지만, 문 후보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하는 상한제를 실시하고, 선택진료비·MRI·초음파·간병서비스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등 큰 차이는 없다. 나아가 기본적으로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대학교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에서는 후보 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의 상황과 관련하여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도 정책이 아닌 이념이나 인물 중심의 투표로 인해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아닌지 감히 생각해 본다. 그 불안감의 해소는 이제 판을 깔고 정권창출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대선 주자들의 몫이자 손에 달렸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상대후보의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바랄 뿐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