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라운드의 명암
대선 2라운드의 명암
  • 최낙관
  • 승인 2012.11.2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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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대권출사표는 이미 그 자체로 정치지형의 지각변동을 예고할 만큼 큰 사건이었다. 기성정치에 많은 실망과 분노를 느꼈던 유권자들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새로운 정치실험을 통해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했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카타르시스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철수-문재인 후보통합으로 요약될 수 있는 대선 1라운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막판까지 가는 진통을 겪으면서 팽팽하게 맞섰지만 돌연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중도사퇴로 끝이 나고 이제 18대 대통령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대결로 대선 2라운드의 시작종이 울렸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대선 2라운드가 새로운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마냥 기쁜 일만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왜냐하면,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거라는 통합의 효과가 상당부분 제한적 일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사퇴의 기자회견에서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분명하게 선언했지만 그간의 후보단일화 과정이 대타협이 아닌 전격적인 ‘중도사퇴’라는 형식으로 이른바 포장된 양보를 선언하였기에, 국민과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아름다운 후보 간 유기적 결합’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 그 결과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선 2라운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분오열되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 지지층의 마음을 열고 그들을 흡수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즉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 마련의 핵심이 정책이고 공약일 수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대선을 2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겨우 대진표가 확정된 만큼 후보통합이라는 이슈에 묻혀 활성화되지 못했던 정책적 비전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더욱 필요할 뿐이다. 이를 통해 작게는 안철수 전 후보 지지자들을 통합하고 크게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대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적 대처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선 2라운드의 또 다른 딜레마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들이 큰 틀에서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히려 방해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예컨대 두 후보는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등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즉 정치쇄신에서도 양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기 위해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 국회의원 공천 국민참여경선,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양 후보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양당의 후보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억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재벌총수 경제범죄 형량강화 등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즉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리겠다는 ‘늘·지·오’와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즉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법정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만·나·바’로 요약되는 일자리 정책 아젠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금지, 최저임금 인상, 법정정년 60세 연장, 기업의 근로자 해고요건 강화 등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복지강화를 위한 공약에도 양당 후보들의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인복지 분야의 경우 박근혜 후보가 월 20만원의 ‘노인연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고 문재인 후보가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2배 인상하겠다는 방법론상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암·심혈관·뇌혈관·희귀 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100% 책임을 약속했지만, 문 후보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금을 100만원으로 하는 상한제를 실시하고, 선택진료비·MRI·초음파·간병서비스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등 큰 차이는 없다. 나아가 기본적으로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대학교 반값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에서는 후보 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의 상황과 관련하여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어쩌면 이번 대선에서도 정책이 아닌 이념이나 인물 중심의 투표로 인해 스스로 자기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아닌지 감히 생각해 본다. 그 불안감의 해소는 이제 판을 깔고 정권창출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대선 주자들의 몫이자 손에 달렸다고 본다. 유권자들은 상대후보의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가 아닌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바랄 뿐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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