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02>오널밤에 그 계집 어뜨케해보까
가루지기 <402>오널밤에 그 계집 어뜨케해보까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7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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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52>

"밭문서는 포기럴 했소? 정말 그렇소?"

"애초부터 밭문서는 돌려줄라고 했었소. 내가 농사럴 짓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밭얼 떼메고 갈 수도 없고."

"좋소. 정사령놈이 쏘삭여서 총각얼 낭패보게 맹글았소만, 첨부터 총각얼 그리 맹글 생각언 없었소. 내가 총각 돈허고 금반지는 돌려

주리다."

말끝에 주모가 아이고고 비명을 내지르며 겨우 일어나 방을 나갔다. 방바닥에 큰대자로 누운 강쇠 놈이 곰곰이 궁리에 잠겼다.

정사령의 아낙이라는 음전이네는 분명 사내에 굼주린 티가 겉으로도 역역했다, 그런 계집은 불집만 조금 건드려주면 저 혼자서도 활활타게 마련이었다. 더구나 음전이네는 주모를 통해 제 놈의 물건이 보통이 아니라는 말까지 들은 터였다.

어쩌면 물건 크다는 소리에 처음 대할 때부터 음전이네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저 놈이 그 놈이구나. 연장이 말만큼 크다는 그 놈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 때문에 병아리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이 쪽을 바라보았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분명 음전이네의 눈빛은 음심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년을 어찌해야 쓰꼬이. 아예 저녁으루다 끝장얼 봐뿐져? 며치?에 댕겨갔는디, 정사령이 놈이 그새 올리는 없고.'

주인의 그런 심사를 눈치채고 거시기 놈이 갑시다, 시방 당장 갑시다, 하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끄나? 계집들이 허리를 못 쓰니, 오늘밤에는 어채피 독수공방을 허게 생겼는디, 그 년이나 찾아가보끄나?'

강쇠 놈이 거시기 놈을 손안에 넣고 희롱하며 중얼거리는데 주모가 문 밖에서 기척을 냈다.

"왜요? 아짐씨."

강쇠 놈이 누운 채 물었다.

"미안시럽소만 밥얼 안방에 와서 묵어야겄소. 둘 다 허리럴 못 써서 밥상도 못 들고 오겄소."

"알겄소. 그러리다."

강쇠 놈이 몸을 일으켜 뒷방을 나왔다. 짚세기를 발에 신는데 강쇠 놈의 머리 속으로 조금전에도 보았고, 며칠 전에도 보았던 정사령의 마누라라는 음전네의 얼굴이 퍼뜩 스쳐갔다.

'그 계집이 독수공방을 헌다고? 흐흐흐, 오널밤에는 그 계집이나 어뜨케해보까?'

강쇠 놈이 입가에 살풋 웃음을 흘리며 안방으로 갔다. 아랫목 차지를 하고 누워있던 젊은 계집이 몸을 일으키려다가 아이구구, 비명을 내지르며 도로 드러누워 버렸다.

"겁나게 아픈갑소이. 그러기에 욕심이 과허면 화를 부른다고 했소. 한번이면 족헐 것을 두번이나 욕심얼 내더니.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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