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01>아랫녁이 쏙쏙 아려
가루지기 <401>아랫녁이 쏙쏙 아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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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51>

강쇠의 말에 주모가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하이고, 저 년언 말도 꺼내지 마씨요. 저 년언 나보다 더허요. 총각이 가고 난 담에 내가 저년 뒷구녕 수발꺼정 다 들었소. 하루에 몇 번씩 요강단지 들이대느라 내가 죽을 영금을 보고 있소."

"그년 말고 다른 년이 있잖소?"

"다른 년?"

주모가 되묻다가 하이고, 큰 일 날 소리,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강쇠 놈이 왜요?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총각이 음전이네헌테 음심을 품은 모양인디, 큰 일날 소리 허지 마씨요. 그 예편네가 누군지 아시요? 바로 정사령의 마누래요."

"정사령이요?"

강쇠 놈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주모가 정사령을 입에 올리는 순간 아랫녁이 쏙쏙 아려 온 것이었다. 그리고 인월에서 남원으로 가는 길목의 냇가 다리 아래에서 빨래를 하던 여인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랬구나. 먼 발치로 보아서 내가 몰라봤었구나. 그 계집이 정사령의 계집이었구나. 아까막시 그 계집이 빨래허던 그 계집이었구나.'

"그렇당깨요. 내가 보기에는 그만허면 얼굴도 예쁘고, 맘씨도 괜찮헌디, 정사령이 먼 일인가넌 몰라도 소박얼 놓다시피 했는갑습디다. 아니면 연장이 부실하여 밭얼 제대로 못 갈던지."

"밭얼 제대로 못 갈아요?"

어쩐지 계집의 눈 밑에 그늘이 져 있다 싶었다고 강쇠 놈이 생각하며 되물었다.

"호호호, 내가 총각 앞에서 별소리럴 다허요이. 넘의 물건얼 가지고 좋다 나쁘다허고."

주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까르르 웃었다.

"얼매나 부실헌디 그요?"

"오짐매런 아새끼 잠지만도 못허당깨요. 문전에서 깔짝거리다가 마는."

"흐기사, 제 발등에 오줌 누는 것얼 보고 내가 알아봤소. 헌디, 그 아짐씨가 주막에넌 먼 일이다요? 혹시 새꺼리 묵으러 온 것언 아니요?"

"왜요? 그랬으면 총각이 믹여줄라고라우? 아스시요. 그러다가 그나마 온전헌 이놈꺼정 짤라뿌린다고 정사령 놈이 낫얼 가지고 데벼들 것이요."

"누가 그런다요? 궁금해서 그냥 물어보았소. 아무튼지 내 돈허고 금반지나 내노씨요. 내 엄니가 돌아가심서 낭중에라도 며느리 자리가 생기면 주라고 물려 준 것이요. 밭문서는 몰라도 돈허고 금반지는 꼭 찾아야 쓰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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