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400>몸으로 때우씨요
가루지기 <400>몸으로 때우씨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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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50>

"운봉 주막의 주모가 감자를 갈아붙인다, 어쩐다 단방약을 써서 부기는 갈아앉았소만, 속으로는 어혈이 져 있소. 가만히 앉아있어도 쏙쏙 애리요."

"운봉 주막의 주모가 감자를 붙였어라우? 이 총각이 또 애먼 여편네 하나 허리병신 뱅글고 왔는갑만."

주모가 눈을 새치롬하게 뜨고 찬찬히 살폈다.

"사람 잡을 소리 마씨요. 아무리 살방애가 좋다고 아픈 몸으로 어찌 찧겄소? 운봉 주모는 눈으로만 입맛을 다셨소. 사람의 도리가 은혜를 입었으면 그걸 갚는 것? ㅗ리인줄 아요만, 아짐씨한테 빚부텀 받을라고 운신얼 허자마자 쫓아왔소."

"오직이나 그랬것소. 운봉 주막 주모년얼 나도 아는디, 그 년이 이리 좋은 물건을 보고 입맛만 다시고 말았겄소. 몇 번이나 해주고 왔소?"

주모가 다시 거시기 놈을 붙잡고 위 아래로 흔들다가, 옆으로 흔들다가, 꽉 움켜쥐고 손을 부르르 떨다가 별짓을 다했다.

"아 아짐씨가 큰 일낼 사람이네. 멋 땜시 넘의 연장을 가지고 장난이요, 장난이. 책임도 못 질람서. 씰데없는 짓 허지 말고 내 돈이나 내노씨요."

"정 돈을 받아야 쓰겄소? 사내가 꼭 그래야 쓰겄소? 허면 좋소. 총각의 돈얼 내줄 것인깨, 총각도 내 허리를 고쳐주씨요."

주모가 정색을 했다.

"허리럴 고쳐돌라고요?"

"그렇소. 총각이 내 허리를 아조 못 쓰게 맹글았응깨, 내 허리부터 고쳐주씨요. 허면 돈허고 금반지도 돌려주고 밭문서도 내주겄소. 요놈이 내 허리를 그렇게 맹글았응깨, 허리부텀 고쳐 주씨요."

주모가 거시기 놈을 꽉 붙잡은 채 어거지를 썼다.

"내가 먼첨 그러자고 헌 일언 없소. 아짐씨가 부득부득 우겨서 그리된 것이 아니요? 허, 이것 참. 물에 빠진 놈얼 구해논깨 보따리 내노라고 헌다드만, 아짐씨가 꼭 그꼴이요이."

"아, 총각이 먼첨 돈얼 내노라 어째라 헌깨 글제요. 총각, 참말로 돈얼 받고 싶소?"

문득 주모의 눈이 번들거렸다. 허리가 아프네 어쩌네 하면서도 막상 대물 앞에서는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이 분명했다.

"받아야 겄소. 아니면 아짐씨 몸으로 때우씨요."

허리가 아파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주모가 설마 치마끈 풀고 덤비랴 싶어 강쇠 놈이 말했다.

주모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입을 열었다.

"나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그러고 싶소만, 내가 시방 허리병신이 되어뿌렀소. 맘언 간절허요만 몸으로넌 못 때우겄소."

"아짐씨 몸으로 못 때우겄으면 다른 계집도 상관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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