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99>마출 것 다 맞촤 보고
가루지기 <399>마출 것 다 맞촤 보고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5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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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49>

"이보시오, 총각. 그날밤 일이사 장난으로 헌 짓이고, 정사령 일은 내 뜻이 아니었소. 참말로 총각얼 해꼬지헐라고 했던 것이 아니었소."

"장난이었다고라? 허면 내가 아짐씨헌테 내기에 졌어도 장난이라고 했을 판이요?"

"하먼요. 내가 열 해가 넘게 인월삼거리에서 주막얼 해묵고 살았제만, 오고가는 손님덜허고 그런 내기럴 숱허게 했소만, 손님의 전대를 꿀꺽 삼킨 일은 없소. 손님이 돌아갈 때에 다 돌려주었소. 웃음서, 장난이엇다고 돌려주었소. 함양사는 선비는 사내체면은 지킨다고 자기가 부득불 놓고가서 그리된 것이요. 장난 한번 헌 걸 가지고 먼 돈얼 내놔라, 밭문서럴 내놔라 헌단 말이요."

주모가 눈까지 흘기면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허허, 나 참, 인자본깨 주모가 순전히 도둑년이구만이. 멀쩡헌 넘의 돈얼 도체기처럼 쳐묵더니, 글고도 모자라 사람얼 아조 병신얼 맹글더니, 인자는 시치미럴 뚝 따고 눈꺼정 흘기요이."

강쇠 놈이 목소리를 높이다가 느닷없이 사추리를 부여잡고 아이구구, 나 죽겄네, 하고 엄살을 떨었다. 그 모습에 이 자구가 정말 사내놈의 밑천을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구나, 싶었는지 주모가 조금은 미안하다는 낯빛으로 조촘조촘 당겨 앉았다.

"어디 좀 봅시다. 어디럴 얼매나 다쳤소?"

금방 바지 허리띠를 풀듯이 덤비는 주모의 손을 탁 쳐내며 강쇠 놈이 눈을 치켜 떴다.

"인자본깨, 아짐씨가 참 뻔뻔시럽소이. 어디서 외간 남자의 연장얼 보겄다고 난리요? 난리가?"

"흐흐, 외간남자는 무신. 마출 것 다 맞촤 보고, 알 것언 다 아는 사인디. 어디 쪼깨만 봅시다. 참말로 탱자가 깨져뿌렀으면 먼 단도리럴 해야제요."

주모가 부득불 우겨 강쇠 놈의 허리띠를 풀고 바지를 벗겨내렸다. 여자란 그런 것이었다.

처음에는 부끄럽네 어쩌네하면서 낯을 붉히다가도 한 번 아랫녁을 맞추고 나면 얼굴에 나무판을 깔고 덤비는 것이었다.

그날밤의 일을 잊지 못하고 있던 거시기 놈이 아줌니 반갑소, 하며 고개를 불끈 쳐들었다.

"호호호, 구면이라고 반갑다요."

주모가 거시기 놈이 귀엽다는 듯이 손아귀에 쥐고 두어 번 흔들다가는 그 밑을 더듬어 탱자 두 알을 손끝에 놓고 주물럭거렸다.

"아이고, 조코. 이 아짐씨가 애먼 사람 하나 참말로 잡을랑개비네."

강쇠 놈이 조금 통증이 있기도 했지만 엄살까지 섞어 엉덩이를 풀썩 퉁겨 올렸다.

"참말로 아픈 개비요이.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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