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소셜라이프
창조경제와 소셜라이프
  • 김동영
  • 승인 2012.11.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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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와 점심식사를 하다가 최근 인기 있는 스마트폰 게임인 애니팡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다. 애니팡은 똑같은 동물을 세 개 이상 맞춰 퍼즐을 맞추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이미 하루 게임 접속자 1천만명 시대를 넘어섰고 하루 매출 1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는 국민게임이다. 후배는 자기보다 한참 연배가 많은 상사가 자기보다 게임점수가 높아 자존심이 상해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애니팡과 같이 SNS(Social Network Service)기반의 소셜게임은 단순한 게임을 사회적 네트워크와 연결함으로써 전혀 다른 차원의 감성을 만들어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애니팡은 산업경제시대에서 지식경제시대로 접어들더니 어느새 창조경제시대로 경제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싸게 많이 만들면 팔리던 시대에서 디자인과 첨단기술이 결합하여야 하고 급기야는 창조와 혁신이 없이는 안 되는 창조경제로 이동한 것이다. 창조경제시대에서 창조적 상품의 생산과 유통은 전통적인 경제활동과 다른 특별한 프로세스를 가진다. 창조경제에서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지는 특별한 방식을 알 수 있는 두 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미국 브랜드인 마크제이콥스라는 세계적인 패션회사의 대표인 마크 제이콥스는 클럽에 가는 것을 즐겼다. 1992년 랄프 로렌, 캘빈 클라인과 함께 뉴욕패션을 선도하던 페리 엘리스에 입사해 그런지 패션(Grunge Fashion)을 발표한다. 그런지 패션은 시애틀 출신의 록 밴드 너바나와 펄잼의 음악과 스타일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예술가들의 패션과 길거리 패션을 최고급 소재와 결합해 젊은이들의 좌절과 저항을 패션에 담아낸 새로운 스타일의 패션이었다. 마크 제이콥스는 한번은 평소 친하던 록 밴드 너바나의 리더인 커트 코베인과 클럽에서 술 한 잔 하면서 도서관 사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술자리에서 나왔던 이야기와 이미지를 엮어 도서관 사서를 이미지화한 티셔츠를 발매하고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치게 된다.

또 하나의 사례는 전주한옥마을에서 마임축제가 개최된 과정에 관한 것이다. 한 무리의 마임이스트와 현재 전주마임축제조직위원장인 최경식씨는 2002년 ‘다문’에서 술을 한잔 하게 된다. 현재 다문은 식당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는 지역의 예술가와 문화활동가들이 모여서 전통 차와 술을 마시던 전통주점이었다. 술을 내어주던 주인이 행색이 범상치 않아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마임하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대뜸 주인이 마임하나만 보여 달라고 주문을 했다. 그 중 한 마임이스트가 다문의 마당에서 즉흥 마임을 했고, 다른 방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보더니 답가로 판소리 한 대목을 했다. 다시 마임이스트가 답례로 하나의 마임을 더 하니 또 다른 방에 있던 문학가들이 답례로 시 한 수를 읊었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던 놀이판은 급기야 소리꾼이 구음을 넣고 마임이스트가 마임을 하는 즉흥 잼으로 발전하였다. 잠깐만 놀고 간다는 것이 밤을 꼴딱 새우고 놀았다고 한다. 이 경험은 다음해에 제1회 전주한옥마을 마임축제로 재탄생되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패션, 음악 그리고 이벤트라는 창조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새벽까지 술 마시고 춤추고 놀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들이 창조경제시대에는 ‘문화와 경제를 이어주는 커넥터’역할을 한다. 엘리자베스 커리드는 창조경제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파티참석이나 클럽에서 춤추며 노는 일 등을 포함한 이들의 삶의 방식을 ‘소셜라이프’라 칭했다.

전통적인 예술 및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창조적 경제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창조적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사람들이 언제든지 모여서 술 한 잔 하고 새벽까지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마크 제이콥스가 록밴드의 음악과 감성에서 새로운 패션의 영감을 얻고, 최경식씨가 판소리, 시와 마임의 결합을 통해 동서양의 장르적 융합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잠재적인 창조경제의 주체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이들이 언제든지 모여서 서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social life) 서로 분야와 즉흥적인 장르적 융합(improvisation)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질 때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동영<전주시정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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