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96>연장이 그리 컸다는 말씀이요
가루지기 <396>연장이 그리 컸다는 말씀이요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2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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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46>

"밥값허고 술값이요."

강쇠 놈이 엽전 두 푼을 꺼내놓자 주모가 그냥 가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그렇다고 한 번 내놓은 엽전을 거둘 수도 없었다.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방을 나오는데 주모는 잘 가라는 인사도 없었다.

해는 어느 사이에 운봉 연재 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 긴 그림자가 앞장서서 강쇠 놈의 인월 길을 안내했다. 인월 삼거리 주막 계집들한테 볼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급할 것도 없는 길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도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길이었다.

강쇠 놈이 인월 삼거리에 도착했을 때는 땅거미가 슬슬 바닥을 길 무렵이었다. 주막에는 손님도 없는지 사립 밖에서 기웃이 넘겨다 보았으나 조용했다. 안방 토방 앞에 여인네의 신발 세 켤레만 달랑 놓여있을 뿐이었다.

강쇠 놈이 망설임도 없이 사립 안으로 들어섰다. 안방에서 계집들의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빌어묵을 년덜, 사람얼 사지로 몰아넣고 히히낙낙 웃고들 있어?

그 놈의 주둥팽이에서 살려돌라는 말이 나오게 맹글고 말 것인깨."

침을 한번 꿀꺽 삼킨 강쇠 놈이 흠흠 헛기침을 하려는데, 방안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요상했다.

"사내의 연장이 그리 컸다는 말씀이요? 아짐씨."

귀에 선 목소리였다. 조금 쉰듯한 목소리의 주모도 아니었고, 코맹맹이 젊은 계집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흐, 장사가 잘된다더니, 계집얼 새로 하나 들였는가?'

강쇠 놈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전네, 쩌그 장터에서 구루마를 끄는 오센네 망아지럴 본 일이 있제?"

주모가 킬킬거리며 물었다.

"아, 인월 사람치고 오센네 망아지럴 모르는 사람이 어딨것소?"

"허면 그놈이 흘레허기 전에 내놓는 가운데 연장도 보았겄네?"

"보았제요."

"꼭 그 도싱이랑깨. 아매 망아지 새끼허고 그 총각허고 나란히 세워놓으면 어슷비슷헐 것이구만."

"사람 껏이 어찌 그리 크겄소? 거지꼴 마씨요."

"흐흐, 그짓말 헐 것이 없어 사내놈의 연장얼 놓고 그짓말얼 헌당가? 암튼지 저년허고 나허고 그놈의 물건으로 두번 씩이나 죽도록 얻어 맞았으니, 갱신얼 못헐 수 백이. 사내헌테 포한이 져서 병이 생긴 여편네덜언 그 총각헌테 한번만 얻어맞으면 병이 싹 나실 것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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