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능력
슈퍼컴퓨터 능력
  • 김인수
  • 승인 2012.11.22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학발전의 열매라고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는 초고속·초대형 컴퓨터로서 일반적으로 대형컴퓨터의 수십 배 이상의 계산능력을 지닌 컴퓨터를 말한다. 슈퍼컴퓨터는 기상, 우주, 천체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단위가 큰 계산이나 인체의 신경시스템, 화학반응, 결정연구, 등 미세한 단위의 계산을 수행하는데 사용되고 미국처럼 핵실험 대체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세계 최고수준의 영국 기상국처럼 기상관측과 기후변화 등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슈퍼컴퓨터라는 명칭을 가지려면 적어도 컴퓨터의 연산능력이 20기가플롭스(GFLOPS)(1초에 할 수 있는 부동소수점 연산의 횟수를 나타내는 컴퓨터 연산속도 단위) 이상일 경우 보통 슈퍼컴퓨터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초 성능을 요구하는 정밀과학분야에서는 일 초당 1조 FLOPS 이상의 연산속도를 갖춘 테라급 컴퓨터가 요구되어, 주요 선진국에는 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슈퍼컴퓨팅 분야에서는 미국 크레이 컴퓨터와 컨트롤데이터의 슈퍼컴퓨터가 전 세계에 공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5월, 미국 크레이사의 슈퍼컴퓨터와 맞먹는 초당 25억개의 수를 계산할 수 있는 2기가 FLOPS급 성능의 '셈틀한빛1호'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개발한 바 있다.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알 수 있는 것은 1993년 이래 매년 두 차례(6월,11월) 발표되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Top 500 사이트 통계(http://www.top500.org)이다.

너무나 빠른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매 6개월마다 새롭게 발표되는 전 세계 500위권 슈퍼컴퓨터 순위가 또 다시 바뀌었다. 지난 12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된 ‘2012 슈퍼컴퓨팅 학술대회(SC 2012)에서는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 타이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선정됐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1위는 미국의 'ASCI 프로젝트'로 개발된 컴퓨터였다. ASCI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하핵실험을 컴퓨터상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민관합동 장기 국책 프로젝트로 세계 최대 슈퍼컴퓨터 단지다. 이곳에는 2002년 현재 레드·블루퍼시픽·블루마운틴·화이트 등 총 4개의 시스템이 설치 운용중인데, 이중 IBM의 슈퍼컴퓨터는 7226기가플롭스의 성능을 자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 등록돼 있었다.

크레이사의 XK7 시스템 기반의 타이탄은 계산 성능이 17.59페타플롭(Petaflop/s, 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번의 연산처리 가능)에 달하며 56만 640개의 프로세서, 엔비디아의 GPU 등이 사용됐다. 바꿔 말하면 1초에 1경 7590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2위는 지난 6월 발표됐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미국에너지부 산하 핵안보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세쿼이어가 차지했으며, 3위는 지난해 6월과 11월 슈퍼컴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던 일본 리켄 응용과학연구소의 K컴퓨터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6월 순위에서 각각 55위, 56위, 64위를 차지했던 기상청 슈퍼컴 3호기(해담, 해온)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 4호기는 또 다시 뒤로 밀려났다. 기상청 슈퍼컴은 77위와 78위, KISTI는 89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이재진 교수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천둥이 277위를 차지하면서 상위 500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천둥은 기상청이나 KISTI의 슈퍼컴퓨터가 크레이나 오라클과 같은 해외업체들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에 비해,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천둥의 계산 속도는 106.8테라플롭(Tetaflop/s)으로, 이는 1초에 106조 8000억번의 실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이재진 교수팀은 “천둥의 경우,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부품과 연구팀이 자체 설계한 냉각 시스템을 이용해 만들었다”며 “다른 슈퍼컴에 비해 적은 노드를 사용해도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어 구축 비용이 절반 이하로 절감되는 한편, 공간과 전력 소모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번에 1위를 차지한 슈퍼컴퓨터의 처리속도는 17.59페타플롭으로 천둥에 비해 약 170배 이상의 성능이 높다”며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간격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슈퍼컴퓨터 육성을 위해 지난해 6월 국가 초고성능 컴퓨터 활용과 육성에 관한 법률(슈퍼컴퓨터 육성법)을 제정하고 현재 이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학박사, 호남수학회장, 대한수학회 부회장, 전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수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