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예방-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폭력 예방-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 김우영
  • 승인 2012.11.2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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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사건에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폭행,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한 경우, 피해자 역시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폭력 가해자에게서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어렵다.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상대에게 맨손으로 상대를 안전하게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무림의 고수에게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방위하는 행위가 상대에 대한 경미한 상해를 넘어 중대한 상해나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피해자의 방위행위가 가해자로부터 입은 상해의 정도를 넘어 상대에게 과도한 상해나 사망을 결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정당방위의 행위인가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정당방위의 논란에서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성폭행을 피하려다가 가해자의 혀를 절단한 사건”일 것이다. 1960년대에 일어났던 사례의 경우, 피해자 역시 과잉방어라는 이유로 상해죄로 처벌을 받았다. 이 사례에서 보듯 과거에는 피해자의 방위행위로 인해 가해자의 상해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도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정당방위의 개념을 협소하게 적용한 결과로, 피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위험천만한 피해를 얌전히 수용하고, 사후에 자신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의 위협에도 사후에 이를 입증하고, 고발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쌍방 폭행이 된 경우, 대부분 쌍방 입건으로 처리하여,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기도 하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 되기도 하였다. 이는 폭력 행위에서 가해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폭력 행위를 방조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에서는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가 보도에서 자주 접하듯이, 상대로부터 위협을 받았다고 느낄 때, 총기 등 살상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되고 있다. 오히려 정당방위로 인한 살인 사건이 너무 늘어 사회문제화되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에도 살인, 강도, 강간, 납치 등 인신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폭력 범죄에 대한 방위행위로 인한 가해자의 상해, 사망의 경우에는 과잉방위로 보지 않고 형사책임을 묻지 않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각 개인들에 대한 예기치 못한 폭력 행위에 대해서 국가가 상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개인의 자기 방어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폭력 피해 예방에 대한 처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폭력이라는 불법 행위에 대해 법이 동등하게 보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다행히도 지난해부터 정부가 정당방위에 대한 확대 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개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로 보인다. 그 덕분에 시비로 인한 쌍방 폭력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의정부에서 발생한 “성폭행을 피하려다가 가해자의 혀를 절단한 사건”에 대해서, 최근 검찰은 피해자 여성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하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가해자의 상해가 중대하지만, 피해자가 처한 위험에 대해 과도한 대항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적극적인 자기 방어를 허용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방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피해자의 자기 방어권을 확대하여 인정한 전향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그러나 외국에 비하면 아직 정당방위의 인정이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보낸 정당방위 판정을 위한 지침을 보면, 가해자보다 심한 폭력, 흉기나 위험한 물건의 사용, 본인의 피해보다 큰 상대의 피해, 전치 3주 이상의 상해 등은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물론 일반 폭행사건에 준한 것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이 기준은 폭력 상황에서 각 개인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정당방위 또는 폭력 예방을 위한 타당한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조그마한 폭력이라도 개인에 따라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 있고, 심한 정신적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뒤에야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가해자에게 더 큰 상해를 입히지 않고 저항해야 한다는 것은 폭력에 직면한 상황에서 개인들의 적절한 반응이 아니다. 피해자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정당방위의 인정이 확대되어야 한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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