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392> 주모가 애원을 했다...
가루지기 <392> 주모가 애원을 했다...
  • 최정주 글,고현정 그림
  • 승인 2012.11.19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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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대물의 수난 <42>

"정사령 나리가 찾을 것인디요이. 내가 없어진 걸 알면 아짐씨럴 가만 안 둘 것인디요이. 정사령 나리가 올 때꺼정만 있으면 안되까요? 정사령을 만내 가지고 선은 이렇고 후는 이리 되어 내가 시방 주막얼 나가야겄다, 그런 말이나 허고 가면 안 되까요?"

"그놈언 안 온당깨요. 그 놈이 이녁을 찾아오면 내가 두 손에 장얼 지지겄소. 얼렁 가씨요. 이녁은 인자 꼴도 뵈기 싫소."

"아, 쫓아내드래도 밥이나 한 술멕여가꼬 쫓아내씨요. 저녁내 헛품만 팔었더니, 뱃가죽이 등가죽허고 사돈허자고 허요."

"가다가 사묵으씨요. 사람의 도리가 아닌 줄은 알지만, 내가 시방 이녁헌테 밥상 채려줄 기운도 없소. 나 한번 살려주는 셈치고 얼렁 가씨요. 글고 다시는 운봉 근처에는 얼씬얼 마씨요."

주모가 눈에 눈물까지 매달고 애원을 했다.

강쇠 놈이 할수 없다는 듯이 보따리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잘 계시씨요. 글고 혹시 정사령 나리가 오면 내 발로 나간 것이 아니라는 말은 꼭 해주씨요. 내가 지은 죄도 없지만, 사람이란 원래 들고나는 것은 분명해야 안 허요. 아짐씨가 쫓아내서 쬐껴나는 것이요, 내가 시방."

"알았소. 오면 그리 말허리다."

"허면, 잘 있으시요."

강쇠 놈이 속으로 웃으며, 겉으로는 쫓겨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 못견디겠다는 듯이 목소리까지 깔아 작별인사를 했다.

"으이그, 징헌 놈의 종자."

등뒤로 주모의 그런 지청구를 들으며 강쇠 놈이 주막을 나왔다.

해는 어느새 중천에 있었는데, 강쇠 놈의 입에서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발길이 저절로 인월 쪽을 향했다.

'우선은 인월 삼거리 주막년들부터 조져야제. 헌디, 그 잡년들을 어뜨케 조진다제? 주먹으로 조질까? 살몽둥이로 조질까?'

그런 궁리를 하면서 강쇠 놈이 터덜터덜 인월 쪽으로 걸어가다가 운봉으로 오다가 들렸던 주막으로 들어갔다. 우선은 배가 고파 견딜수가 없었다, 어서 오씨요,하며 고개를 들던 주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사령놈허고 함께 간 양반이 아니요? 먼 일이 있었는가, 얼굴이 반 쪽이 되었소이."

"내가 죽을라다 살아났소. 탱자 두 쪽도 깨질뻔했고, 살탐많은 계집을 만나 살방애럴 찧다가 고태골로 가는 줄 알았소."

강쇠 놈이 얼굴까지 찡그리며 엄살을 떨었다.

"원래 정사령 놈이 그리 독살시럽소. 그 놈언 아매 언젠가는 누군

가의 몽둥이에 맞아 뒈질 놈이요. 제 명대로 못 살 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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