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한지 갓 제작 (주)샤뽀 조현종 대표
최초 한지 갓 제작 (주)샤뽀 조현종 대표
  • 송민애기자
  • 승인 2012.11.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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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샤뽀의 대표이사 조현종씨는 앞으로 이곳에서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주가 모자문화의 도시로 새롭게 도약하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내달리겠다는 각오다.
패션을 완성하는 아이템, ‘모자’. 흔히 모자라고 하면 미국의 카우보이 모자나 영국 버킹엄 궁의 근위병 모자 혹은 프랑스의 멋스러운 패션 모자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백여 년 전만 해도 진정한 ‘모자의 나라’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한국이다.

우리 조상들은 전통적으로 의복 못지않게 모자를 중요시 여겼다. 때와 장소와 신분에 맞게 모자를 착용, 복식미의 조형성을 갖춤은 물론이고 착용자의 권위와 지위를 드러냈다. 즉, 당시에 모자는 외관의 소품을 넘어서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상징물과 같았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과거 한국은 정자관, 전립, 망건, 사모, 흑립, 패랭이 등 유독 다양한 종류의 모자를 활용해왔다. 이를 본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르 바라가 “조선은 모자의 왕국이다. 너무도 다양하고 여러 용도를 가진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인들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다양하고 독특한 모자문화는 근대를 거쳐 현대를 넘어오면서 급격히 사라졌고, 모자문화에 대한 우리의 기억 또한 희미해진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잃어버린 한국 모자문화를 재조명하고, 다시 한번 부흥시키고자 힘 쏟는 부부가 있어 화제를 낳고 있다. 그 주인공은 국내 최초로 디자이너 브랜드 고급 패션모자 개념을 도입해 한국 모자문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주)샤뽀의 대표이사 조현종(48)씨와 그의 아내이자 디자이너 실장인 셜리 천(49) 씨다.

지난 15일, 고즈넉한 멋이 살아 숨쉬는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루이엘 햇 컬쳐센터’에서 조현종 대표를 만나 이들 부부의 눈부신 꿈과 비전을 들어봤다. ‘루이엘 햇 컬쳐센터’에 1층에 자리한 까페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천장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오색빛깔 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색색의 모자는 저마다의 멋을 뽐내며 까페를 더욱 화려하게 빛냈다.

(주)샤뽀가 운영하는 ‘루이엘 햇 컬쳐센터’는 모자박물관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루이엘 햇 컬쳐센터’가 이곳 전주에 자리하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샤뽀의 조현종 대표와 셜리 천 디자이너 실장은 고향인 전주에 패션모자 문화와 콘텐츠를 결합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모자 박물관을 세우고자 ‘루이엘 햇 컬쳐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 모자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조현종 대표와 국내 패션모자 전문 디자이너 1호인 셜리 천 디자이너 실장이 이끄는 (주)샤뽀는 1998년 모자전문 기획 생산기업으로 출범해 2002년 자체브랜드인 ‘루이엘’을 통해 국내 모자시장을 선도, 모자업체로는 최초로 벤처기업과 경영혁신형 기업으로 인정받아 유럽과 일본 등 해외수출까지 이뤄내고 있는 기업. 이러한 샤뽀가 전주에 루이엘 햇 컬쳐센터를 설립하자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큰 관심과 이목을 모았다.

“당시 제2의 도약을 위해 연구소와 디자인실 및 박물관과 제작소 등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하고자 고심하던 중, 마침 전주시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아 수도권을 뒤로하고 지방도시인 전주에 ‘루이엘 햇 컬쳐센터’를 짓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라며 전주로의 이전을 극구 말렸죠. 물론 저도 사업가인 만큼, 현실적인 계산을 왜 안하겠습니까. 그러나 전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정이 너무나 많았기에 모든 반대를 뿌리치고 이곳에 내려왔습니다.”

특히 그와 그의 아내인 셜리 천씨가 전주를 고집한 데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바쁜 서울생활 속에서도 어린 시절을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추억과 애정은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 결국 조 대표는 아내를 설득해 고향인 전주에 ‘루이엘 햇 컬쳐센터’를 지었다.

그는 “전주는 역사, 문화, 관광 등 풍부한 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다. 전주시의 역사, 문화 등의 관광자원과 미래 성장산업인 패션모자 문화콘텐츠가 결합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기업도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라며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이곳을 거점으로 해 모자문화를 다시금 활성화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종합적인 모자문화 상품의 구성을 통해 국내를 뛰어넘어 세계 일류의 모자문화 비즈니스 회사로 발돋음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연 면적 1천367㎡(415평), 건평 347㎡(105평) 규모의 4층 건물로 구성된 ‘루이엘 햇 컬쳐센터’는 1층에는 유명한 국내외 모자 작가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와 카페, 2층에는 다양한 시대와 디자인의 모자가 전시된 박물관, 3층에는 모자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 4층에는 하늘공원과 공연장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이들은 단순히 모자를 판매하는 일이 아닌 모자문화의 재발견과 활성화에 힘 쏟고 있다. 지역과 연계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소개함은 물론 수많은 관람객을 모으며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 최근에는 전주의 대표상품인 한지로 만든 갓을 제작해 또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루이엘 햇 컬쳐센터’의 카페를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모자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에 내려온 이후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여야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 고심했어요. 그래서 우리의 전통모자에 해당하는 갓을 전라북도의 대표 종이인 한지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갓은 조선시대 남성들의 필수품이라고 여겨질 만큼 중요한 물건이었는데, 최근에는 그 값이 비싸 일반인들은 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래서 일반시민들과 아이들이 쉽게 갓을 접할 수 있도록 한지를 활용해 갓을 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수개 월의 노력과 수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위해 조 대표는 지역의 한지업체와 연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국내 최초로 한지를 활용해 전통 관모 갓을 제작해내는데 성공했다. 한지의 가벼우며 단단하고 질긴 특성을 살려 갓의 형태를 유지시키며, 닥나무의 섬유질을 이용하여 원재료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어 아이들의 교육과 활용에 실용적이라는 평이다. 지역에서는 예절과 예술을 겸비한 이 한지 갓이 문화예술의 도시 전주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전주시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 조 대표는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갓을 접할 수 있도록 제작한 만큼, 아이들의 교육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서울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점차 전주로 이전, 이곳에서 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주가 모자문화의 도시로 새롭게 도약하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내달리겠다는 각오다. 모자를 향한 곧은 신념과 뜨거운 열정으로 한국 모자문화의 새 역사를 써나가는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조현종 대표가 걸어온 길

1965년 전주 출생

1990년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1991년 영진무역 근무

2003년 이너큐브 기획관리부장

2005년 서울벤처전문대학원 박사과정

2006년 샤뽀 대표(현)

2007년 서울지방 중소기업청상 수상

2008년 서울산업통상진흥원대표 우수기업인상 수상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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